우리 탓이로소이다
우리 탓이로소이다
  • 정규영 <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1.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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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 <청주 중앙동>

연일 TV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자면 내 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어린 티를 벗은 지 얼마 안된 중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고, 그 괴롭힘이 어느 정도인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는 홀로 참고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했다. 무슨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사실에 충격이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나 역시도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어미로서 흘려들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론에서 들리는 소식은 하나같이 무서운 얘기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나 하는 의구심에 멀쩡한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당부 아닌 당부로 중학생활을 상기시켜 주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인 중학교 생활이 흥미롭기는 커녕,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처럼 겁만 준 꼴이 되었다. 아들 역시 들은 것이 있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무엇이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경쟁 속에 내몰린 아이들은 컴퓨터 화면 속의 잔혹한 게임에 빠져들며,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달래고, 팍팍한 삶에 지친 부모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멀리하게 된 것이 요즘의 세태다.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꿈과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에 신이 날 중학생이 된 아들과 어미의 대화가 '조심해라, 친구도 조심하고, 선배도 조심해라'였다. 희망에 부풀어야 하는데 근심에 찌든 우려의 소리만 아들에게 늘어놓았다.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우정을 배우기 전에 경쟁을 가르치고, 후배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베풀기 전에 선배의 권위만 알게 된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부끄럽지만 바로 우리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탓이다. 오롯이 우리 탓이로소이다. 이 땅의 수많은 아들에게 머리 조아리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용서하라. 이 땅의 어미들을. 내 자식만이 옳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부르짖은 어미들의 어리석고 가엷은 사랑임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 가엷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그런 애틋한 사랑 속에 태어난 너와 나임을 알고 제발, 서로 아끼고 의지하고 살아가라 말하고 싶다.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을 생채기를 너희의 황금 같은 시기에 내지말라 당부하고 싶다.

빛나는 교복을 입고 자랑스레 교우와 어깨동무하며 활짝 웃는 우리의 아들들이 보고 싶다.

아들들아!

결코 너희 탓이 아니니, 움츠러들지 마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어른인 우리 탓이다.

우리에게 모든 짐을 내려놓고 너희는 빛난 학창시절을 시작하라.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새싹을 보라. 비록 지금 힘들고 지치더라도 봄을 맞이해 만개할 꽃처럼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너를 다듬고 가다듬어라. 어리석은 짓으로 너의 황금기를 잃어버리지 말고 그 빛이 더 발할 수 있도록 너를 닦아라.

태양보다 빛난 우정 속에 걸어가는 아들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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