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도 미생물 고기를 먹고 우유를 만든다
젖소도 미생물 고기를 먹고 우유를 만든다
  •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2.01.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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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동물들은 가지고 있는 위(밥통)의 수에 따라 사람이나 개, 고양이 등과 같이 위가 하나인 단위동물과 소, 양, 염소와 같이 위가 네 개인 반추동물(되새김 동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유나 고기를 생산하는 젖소, 고기소는 반추동물에 속하는데, 풀이나 건초만 먹고도 충분히 건강하게 자라서 몸무게가 커집니다. 젖소 같은 반추동물들은 어떻게 단백질 자원인 육류를 먹지 않고도 잘 성장하여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일까.

반추동물들은 네 개의 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위로 반추위(Rumen)라는 특수한 밥통(胃)을 갖고 있는데, 이 반추위에는 산소가 없는 데서 자라는 수십억 마리의 반추위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반추위 미생물들이 사람과 같은 단위동물들은 도저히 분해하여 영양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풀이나 건초에 있는 섬유소(Cellulose)를 분해하여 영양원으로 만들기 때문에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섬유소를 분해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포도당인 탄수화물일 뿐, 단백질은 아닙니다.

젖소의 몸무게를 불리려면 신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고, 이때는 반드시 질소가 필요한데 이 질소원은 도대체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젖소의 반추위 내에는 세균, 곰팡이, 아메바, 그리고 짚신벌레 같은 원생생물 등 상당히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미생물들은 지구상에 생존하는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즉 섬유소를 분해하여 자란 세균을 아메바나 짚신벌레가 먹이로 이용하며 최종적으로 크기가 큰 원생동물은 남습니다.

젖소는 아메바와 짚신벌레처럼 미생물 가운데 덩치가 큰 원생동물을 단백질 자원, 즉 질소원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은 자기 뱃속에서 미생물이라는 고기를 키워서 먹는 셈이지요.

만약 젖소나 고기소에서 반추위 미생물이 없었다면 지구 상에서 젖소와 고기소를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우유와 쇠고기 맛도 보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반추위 속의 미생물들이 쇠고기나 우유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추동물의 첫 번째 위인 반추위에서는 수십억 마리의 다양한 미생물이 공생하면서 쇠고기나 우유 생산에도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추위 미생물들의 종류나 기능은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입니다. 풀을 먹고사는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이 단백질을 합성하여 먹는 공장을 자기 몸속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더욱이 그 공장의 가장 성실한 일꾼이 미생물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지요. 많은 학자들이 석유자원이 고갈되면 무엇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지구상에 풀이나 나무를 이용한 에너지 자원으로 여러 가지 알코올류와 화학물질들을 만드는 바이오 정유산업이 현재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오 정유산업도 반추동물의 위에 사는 미생물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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