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건배 구호
새해의 건배 구호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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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허세강 <수필가>

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다짐을 하겠다고 온갖 수선을 피웠던 때가 엊그제 일 같이 느껴지는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나 또 다른 새해 임진년을 맞았다. 각종 친목행사 특히 연말연시의 모임에서는 행사 시작에 즈음해 의례 건배제의가 등장한다.

대부분 건강, 사랑, 행복을 기원하며 '위하여' 라는 구호가 당연히 으뜸이다. 그 외에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중한 만남),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 이기자(이런 기회를 자주 갖자), 사이다(사랑하는 이 마음을 다 당신께 드립니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조어들이 등장해 좌중을 즐겁게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지난해 연말연시 모임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건배 제의를 부탁받았었다. 얼떨결에 지명을 받고 초광속의 스피드로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10년 경인년은 우리에게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고 열심히 일해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한해였다면 다가오는 새해 신묘년은 우리 주변에 신기하고 묘한 일이 많이 생기는 한 해가 될 것을 기원한다며 우렁찬 건배 제창을 한 기억이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우리 주변에 일어났던 수많은 일 중에 가장 신기하고 묘한 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었다. 사람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나 비록 그가 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누구도 그렇게 연말에 세상을 뜨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신기하고 묘한 사건이었다. 내게도 신기하고 묘한 일이 한 가지 있었다. 아버지께서 89세였는데 4월 중순쯤 소화가 안 되고 입맛이 없다고 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나왔다. 너무 연로하시어 수술은 할 수 없으니 집으로 모시고 가 편안히 지내시게 하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에 다시 모시고 오라고 하였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위암이 말기로 진행되어 가게 되면 환자가 심한 복통에 시달려 차마 눈뜨고 못 보는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하여 자식으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대학병원에서 퇴원하시고서 10여일을 집에서 계시자 기력이 급격히 쇠진하시게 되어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4개월을 지내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신기하고도 묘한 것은 비록 식사를 못하셔 영양실조로 돌아가셨지만 마지막 운명하는 순간까지 아픈 곳은 전혀 없다며 정신이 너무 또렷해서 큰일이라고 하셨다. 주치의께서도 많은 위암환자를 접했지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아무런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환자는 할아버지밖에 보지 못했다고 하시며 참으로 신기하고 묘한 일로서 당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연말에 외쳤던 나의 건배구호가 현실화 된 것인가?

2012 임진년은 내게 참으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만 60년이 되어 회갑을 맞이하게 되며 평생 사주로의 운세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연초에 이런저런 일이 계획되어 있어 아직 이렇다 할 신년 모임을 하지 못했지만 내게 어떤 모임에서 건배 제의를 받게 되면 '임진년은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님(임)과 함께 진실된 행복한 삶을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건배 제창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말이 씨가 되고 현실화 되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 지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존경하는 충청타임즈 애독자와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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