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낸 편지
하늘에서 보낸 편지
  • 박소영 교사 <충주 성남초>
  • 승인 2012.01.0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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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박소영 교사 <충주 성남초>

임진년 새해 아침! 지난해 안타까웠던 일들을 모두 덮어주려는 듯 살포시도 내려주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새벽 모두 잠자리에 든 사이에 몰래 '도둑눈'으로 오더니, 새해의 첫눈은 함박꽃 송이처럼 굵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내렸다. 쌓인 양은 많지 않아 발자국이 날 정도이었으니 '자국눈'이기도 했다. 이처럼 눈을 표현하는 말은 참 다양하고도 살갑다. 정교한 관찰 속에서 이름 붙여졌을 싸라기눈, 포슬눈, 가랑눈, 진눈깨비 등의 이름 뒤에 숨겨진 수학적이고도 과학적인 신비한 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물리학 교수 Kenneth G. Libbrecht는 눈결정체 사진찍기로 유명하다. 그가 특수카메라 찍은 눈 결정체를 보면 그 모습이 매우 다양하고도 신비롭다.

눈 결정 모양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 화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눈 결정 모양의 수학적 접근이다. 눈 결정 모양을 일반적으로 꽃 모양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좀 더 수학적으로 관찰하였을 때 눈의 결정은 "육각형 프랙탈"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랙탈이란, 부분과 전체가 합동이 되는 무한 반복구조를 말한다. 눈 결정은 바로 이러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눈 결정에 대한 화학적 접근이다. 눈 결정체의 기본적인 모양은 육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이뤄진 물의 분자 구조 때문이다. 물 분자가 여러 개 모일 경우, +를 가진 수소는 다른 물 분자의 -를 띤 산소에 가서 붙는 전기적인 결합(Hydrogen bond)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물 분자들은 육각 고리형으로 배열되어 육각형 모양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눈의 결정체 모양을 결정하는 디테일한 요소는 '온도'와 '습도'이다. 함박눈은 대기 중 수증기가 충분히 공급된 상태에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눈 입자가 성장하기 때문에 결정이 크며,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눈꽃모양의 결정체를 갖게 된다. 이와 달리 싸락눈은 눈이 형성되는 구름 속에 수증기가 충분하지 않아 얼음입자의 형성이 늦어지기 때문에 바늘모양이나 기둥(프리즘)모양처럼 단순한 모양을 띠게 되어, 눈이 잘 뭉쳐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구름 속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별모양이나 나뭇가지, 바늘(針狀), 육각 기둥 모양(角柱狀), 판모양(板狀)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며, 수증기 밀도가 높을수록 아름다운 수지상(樹枝狀)형태의 눈의 결정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눈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 또한 눈 결정체의 구조와 관련이 깊다. 눈 결정체는 여러 방향으로 각을 이루고 있는데, 눈 결정체에 빛이 닿았을 때 반사면이나 굴절면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빛이 이 결정체에 반사(난반사)되면 여러 가지 빛이 합해져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게 된다. 우리는 물체가 반사하는 색을 보는데 모든 빛은 합해지면 흰색이 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눈이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일본의 과학자 우기치로 나카야는 '눈 결정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눈 속에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자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말일 것이다. 물과 공기의 변화 원리, 물 분자의 구조가 눈 결정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결정의 모양 등, 하늘에서 보내는 수많은 과학 이야기. 다음번 눈이 내릴 때에는 수많은 과학이야기를 간직한 채 물과 공기가 만들어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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