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은빛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1.0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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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나 태 주

눈이 내리다 말고 달이 휘영청 밝았다
밤이 깊을수록 저수지 물은
더욱 두껍게 얼어붙어
쩡, 쩡, 저수지 중심으로 모여드는 얼음의
등 터지는 소리가 밤새도록 무서웠다

그런 밤이면 머언 골짝에서
여우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하행선 밤기차를 타고 가끔
서울 친구가 찾아오곤 했다

친구는 저수지 길을 돌아서 왔다고 했다

그런 밤엔 저수지도 은빛
여우 울음소리도 은빛
사람의 마음도 분명 은빛
한가지였을 것이다.

 인적없는 길가 저수지에서 저 혼자 얼었다 깨어지는 겨울이 있다. 쩌어 쩍, 시린 어깨를 밀어내는 얼음 소리와 적요를 타고 건너오는 산짐승 소리에 스멀스멀 무서움이 번져난다. 이런 날, 말하지 않아도 먼 길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는 건 삶의 가장 큰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누군가에게 포근한 은빛을 전해주기 위해 달마중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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