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업은 도움이 안 됩니다?"
"선생님 수업은 도움이 안 됩니다?"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1.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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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말은 스승에 대한 지극한 존경의 의미일 것이다. 존경하고, 존경받는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행복한 마음의 상태일 것이다.

요즘은 별로 스승에 대해 존경하는 모습은 고사하고 촌지가 어쩌고 하면서 스승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까지 나와서 나를 슬프게 한다.

담임도 아닌데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선물도 보내고, 수시로 연락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상담도 하는 착한 제자가 있다. 공부도 참 예쁘게 잘해서 의대를 나와 현재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 의사로 지방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부럽게 느껴지는 사람은 이렇게 아들을 잘 키운 아버지다. 과학교사로 성실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아들을 의사로 만들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교직의 선배로 얼굴을 알고 있는 터라 제자를 만날 때면 꼭 아버지 안부를 묻곤 했다.

최근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명퇴를 하셨다는 것이다. 혹시 몸이 아프셨는지, 아니면 아들이 돈 잘 버는 의사가 되어 교직을 그만두셨는지 궁금해 이유를 물었더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중학교에서 오래 근무하시다가 일반고로 전근을 온 선생님은 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무척 힘들어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늘 연구하는 분이셨고, 학생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던 분이었기에 밤이 늦도록 교재 연구를 하셨다고 한다. 잘 모르는 내용이나 개념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나올 경우 대충 가르치지 않으시고, 반드시 다음 시간에 가르쳐 주시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음 시간에 가르치시는 열성적인 분이셨다.

그럼에도 철부지 고등학생들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나이 많은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았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이 수능 모의고사 문제로 출제되어 때로는 능숙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마다 빈정대고 무시하는 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럴 때 마다 더 열심히 교재 연구를 해서 가르치셨는데, 어느 날 선생님의 교과서에 "선생님 수업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차라리 자습하겠습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메모지 한 장이 남겨 있었다고 한다.

그 글귀를 본 선생님은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아픈 사람처럼 고민하며, 힘들게 그렇게 며칠을 지내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바로 명퇴 신청을 하였고, 퇴직을 하셨다는 것이다.

아직 건강하시고, 한참을 더 학생들을 위해 땀 흘릴 수 있는 선생님이신데, 자식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지만 열정과 사명감으로 멋지게 가르치시던 선생님…. 무참히 찢겨 버린 자존심과 평생을 바쳐온 교단에 대한 후회와 한숨이 가슴 가득 밀려왔을 선배님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러나 이제는 교직의 멍에(?)를 벗고 더욱 멋지게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선배님께 박수를 보낸다.

참 요즘 아이들 당돌하다는 말로서는 표현하기 힘들만큼 학교가 변하고 있다. 학생의 인권은 있고, 교사의 교권은 없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 교사들의 교권 조례라도 만들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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