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오해
말 한마디의 오해
  • 반숭례 <수필가>
  • 승인 2011.12.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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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반숭례 <수필가>

사람은 유유상종이라 한다. 끼리끼리 오가며 가깝게 지내는 것은 좋으나 칭찬 속에 가시가 있다고 말의 위력은 무섭도록 강하다. 또한 위압감을 주는 힘이 겉으로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게 속으로 강한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는 말을 듣고 난 후 스스로에게 놀라웠다. 사실 그 소리를 듣고 며칠 동안 내 안에 숨어 있는 참모습이 어떠한 것인가를 깊이 뒤돌아볼 기회가 주어져서 고마웠다.

그래서였을까. 점점 내 안에 말의 절제라는 담 벽을 쌓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을 내려놓고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되돌려 줄 필요 없이 내 안에서 삼켜 버리자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인간관계를 편하게 만드는 격려의 말과 수용과 포용으로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말을 위한 벽이다. 담 벽 사이사이에는 바람이 잘 통하게 구멍까지 뚫어 놓고 진실한 마음을 심어 놓았다. 그랬더니 비방을 동원한 강한 바람이나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어 담 벽을 쌓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 인연이 맺어진다. 인연으로 연결된 끈을 따라 인맥을 만들며 살아가는데 평소에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어쩌다 만나면 반가운 지인(知人)한테 웃지 못할 상처를 준 적이 있다.

어느 시인의 출판 기념식장에 갔다가 지인을 일 년 만에 만났다. 그간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나는 '저 할머니 됐어요' 하고 귓속말을 해 주었다.

할머니 됐다는 말에 축하를 해 줄 줄 알았던 그가 당황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별로 개의치 않고 출판기념식이 다 끝나도록 함께 있다가 차도 한잔 같이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귓속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저녁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감정이 배어 있는 비방의 긴 서론에 이어 본인은 착하고 겸손한 사람인데 남들한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섭섭하다 했다. 그리고 남다른 애정으로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 마음을 몰라주며 오늘도 자기한테 할머니 같다고 하여 섭섭해서 죽을 뻔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나는 무조건 미안하다고, 내가 말을 잘못했다고 사과를 정중히 하면서도 배실배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좋은 끈이 좋은 인맥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매끈, 발끈, 화끈, 질끈, 따끈 이 다섯 가지 끈이다.

첫째로 성품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매너 있게 행동하라는 매끈은 까칠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둘째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성을 내기보다,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기로 일어서는 사람이 돼라는 발끈이 있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는 화끈은 미적지근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한다. 실수나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듯이 다른 사람을 쓸데없이 비난하지 말고 너그러이 용서하며 눈도 감아 줄 줄 알라는 질끈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치사 하지 말고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돼라는 따끈도 있다.

우정은 행복할 때보다 불행할 때, 괴롭고 힘들고 삶에 지쳐 있을 때 서로를 아껴주는 말 한마디에 진가가 발휘된다.

옛말에 '얕은 물은 소리가 요란하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하고 '입의 혀 3초가 가슴의 상처로 30년이 남는다"는 말도 있다. 속 깊은 마음을 몰라준다는 아쉬움도 잠시, 그는 오해를 풀고 내가 할머니 된 것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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