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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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
농공사회에서 절구만큼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도 없을 것이다.

곡식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만들기 위해 빻는 일을 오랜 옛날부터 이어왔다.

우리 조상들은 맷돌과 함께 절구를 식생활의 가장 친근한 도구로 사용해 왔으며, 그것은 여러명이 함께 작업을 해야하는 디딜방아, 소가 끄는 연자방아, 물의 힘으로 찧는 물레방아로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쉽게 쓸수 있는 절구를 집집마다 갖춰 놓고 사용했다.

절구는 한자로 구마(臼磨)라고 한다. 절굿공이는 굵은 통나무를 잘라 만들고, 절구통은 큰 돌을 우묵하게 파낸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절구에 곡식을 넣고 절굿대공이로 찧는 것이다. 옛날에는 ‘절고’라 표기했지만, 지역에 따라서 ‘도구통’, ‘도구’, ‘절기방아’라 부르기도 한다.

절구는 재료에 따라 나무절구, 돌절구, 쇠절구로 구분한다. 나무절구는 바닥에 쇳조각을 박기도 하고, 쇠절구는 규모가 작고 주로 양념을 찧는데 쓰인다. 나무절구는 위아래 굵기가 같고 돌절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위쪽이 굵고 아래가 좁다.

절구는 주로 곡식을 찧고 빻는데 쓰이며, 곡식이 크고 일감이 많으면 두 사람이 마주서서 맞절구질을 한다. 한사람이 찧을 때는 나무주걱으로 곡물을 뒤집어 주기도 하는데 이것을 ‘께낌질’이라고 한다.

절구는 곡식을 찧기도 하고 떡을 치거나 삶은 빨래를 절구로 두들겨 때를 빼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절구통을 뉘어놓고 보리타작, 콩타작 등을 하는데 사용된다. 나무공이로 벼 한말을 찧어내는 데는 한 시간 이상 소요되고 돌절구가 나무절구보다 기능면에서는 낫다.

‘박달낭구 절구대에 느티낭구 통에다가/ 콩콩동동/ 소리좋다 우리아기 돌잔치에/ 백설기요 수수팥떡 국수 삶아 받쳐놓고/ 실타래에 금전은전 무병장수 빌자한다/ 고루고루 콩콩찌라’ 절구질 하며 불렀던 민요 한구절이다.

보릿고개 햇보리 찧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시어머니 죽어서 춤췄더니 보리방아 물부어 놓으니 생각난다’는 민요가락이 생겨났을까. 보리는 절구에 넣고 물을 부어 적당할 때 찧어야 한다.

너무 불으면 힘도 들고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풍속에 정월 대보름날 아침 절굿공이로 마당의 네 귀퉁이를 찍고 땅이 얼마나 들어 갔는가를 보고 그해의 농사를 점치는 일도 있었다. 동쪽은 봄이요, 남쪽이 여름, 서쪽이 가을, 북쪽을 겨울로 여겨 그렇게 가늠했다. /글·사진 김운기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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