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3>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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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방아
온집안 식구 모두 방아틀에 매달려 '쿵더쿵'

디딜방아는 농촌에서 곡식을 대량으로 빻는데 요긴하게 쓰였던 생활도구다. '쿵더쿵 쿵더쿵' 공이가 확속의 곡식을 찧는 소리가 떡을 기다리는 식구들에 군침을 돌게 하기에 충분하다. ⓒ 충청타임즈

'영감아 땡감아 개떡먹게, 방아품 팔아서 보리 개떡 쪘다네 '

'쿵더쿵 쿵더쿵 찧는 방아 언제나 다 찧고 밤마실가나,밤마실 좋기야 임의 품이지,애간장 타는 속을 누가 알까'

옛날 마을에 몇몇 부자집에는 디딜방아간이 있었다.이곳에서 쌀이며 콩등 곡식을 찧을때면 디딜방아 공이가 내려치는 소리가 '쿵더쿵 쿵더쿵'하고 들려 이웃들을 기웃거리게 했다.

방아는 혼자서는 못 움직여 온집안 식구들이 매달리거나 이웃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을 방아품이라고 했고 식량부족으로 배고픔이 심했던 1960년대 이전 '보릿고개'시절에는 보리 방아 찧어 만든 떡(개떡)이 시커멓고 거칠어 먹기가 고약했지만 배고픈 서민들이야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최고였다.

디딜방아는 영문자의 'Y'자 모양으로 생긴 두갈래 굵은 통나무를 잘라 한쪽 끝에 공이를 박고 두갈래 난 가지를 얇게 깎은 끝을 발로 쉽게 디딜수 있도록 다듬어 놓은 도구다.

공이에서 3분의 2쯤 되는 거리에 지주대를 만들고 방아틀을 견고하게 고정시켜 밟으면 앞뿌리의 공이가 상하로 오르 내릴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이 바로 밑에는 큰돌의 속을 파내 소위 '확'을 만들어 공이가 그속에 마찰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확속에 곡식을 넣고 두갈래 나무다리를 두사람이 밟으면 공이가 위로 올랐다가 발을 떼면 공이가 내려가 확속에 담긴 곡식을 내리 찧어 알갱이를 나오게 했다.

디딜방아 몸체를 '방아제'라 하는데 방아제가 크고 무거울 수록 힘이 커져서 곡식을 더 많이 더 빨리 찧게 된다.디딜방아는 절구의 개량형이라 할수 있는데 절구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양의 곡식을 찧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디딜방아의 쓰임새는 떡방아만 해도 인절미,시루떡,수수떡,송편,가래떡,떡고물,콩가루,쌀가루등 모든 것들을 디딜방아에서 찧어냈다.

또 그뿐인가,쇠죽가마에 삶은 콩을 찧어 메주도 만들고, 고추가루 빻는 일도 디딜방아가 해냈다.

디딜방아는 한솥밥 먹는 며느리와 동서지간, 시누이,시어머니등 3명이 조를 이뤄 방아 찧는 일에 매달렸으며 여자가 적은 집에서는 이웃 품앗이와 남정네가 방아를 딛고 아낙이 확을 고르는 일을 했다.

방아는 두사람이 밟고 한명이 확에 붙어 앉아 곡식을 넣거나 골고루 뒤적이며 잘 빻아지도록 섞고 꺼내는 일을 맡는데 몸놀림 빠른 젊은이가 맡는다.

방아중에 가장 힘든 것은 고추가루 빻는 일, 아무리 잘말린 고추도 씨를 빼고 부드럽고 고운 가루로 빻는 일은 수없이 반복해야 빻아진다.특히 매운 냄새는 연거푸 재채기를 해도 가시질 않아 애를 먹였다.

농사에 바쁜 농촌 아낙들은 빨래터와 디딜방아간이 그들의 만남의 장소라서 곡식을 빻으면서 발아프고 허리아픈 것을 잊기 위해 시어머니 구박에 시누이 시샘,남정네와 잠자리 얘기까지 깔깔대며 털어놨고 결국 동네소문이 이곳에서 퍼져 나갔다.

지금은 전기방아간이나 전기믹서기가 발달돼 디딜방아를 쓰는 일은 없어졌고 괜한 공간만 차지한채 거미줄과 먼지만 쌓여 뜯겨지기 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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