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내 인생 최고의 해
2011년 내 인생 최고의 해
  •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1.12.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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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12월 27일. 내 생명이 시작된 날, 당연히 생의 최고의 날이다. 이날이 없었다면, 대자연을 호흡하던 유년의 아름다운 추억, 소년기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미래와, 이성, 신을 향한 호기심. 청년기의 공부를 향한 뜨겁던 시간과 결혼, 가정, 목회, 그리고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들과의 관계가 고스란히 없었을 것이다. 여태까지의 오십 수년간의 삶은 없었을 것이다. 생명이 있으므로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된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벽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살아 있는 것이 축복입니다"라고. 대로변에 있기 때문에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 글귀를 읽을 때마다, 살아 있음에 대한 축하를 받고 힘을 얻으며, 의미를 찾으라는 마음으로 교회당을 건축하며 그렇게 써 놓았다.

그렇게 살아 있는 세월의 한 모퉁이, 2011년이라는 세월의 한 모퉁이가 이제는 안녕을 고하는 연말에 와 있다. 어땠는가, 이 한 해는.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인생의 최고의 해였다. 지난 두어 달 전, 사랑하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내 곁을 떠났다.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어떤 이는 그들의 뒷모습에 몹쓸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배신의 멍에를 걸머쥐면서까지 내게 아픔을 안겨주고 떠났다.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주변의 몇몇 시선들은 나를 아프게 했었다. 온갖 왜곡된 기준으로 성급하게 판단하며, 정죄에 가까운 화살을 나에게 쏘아 댔으며, 나 자신이 그 모든 비난을 무방비 상태로 맞아야 했었으니까.

그러나 사실은 그런 이들이 내게 최고의 선물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었음을 지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아픈 시간은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니까.

이스라엘의 교훈집 미드라쉬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어느 날 다윗 대왕이 신하에게 한 가지 명을 내렸다. "전쟁에 이기고 기쁨이 넘칠 때 오만해 지지 않고, 전쟁에 패했을 때 절망하지 않고 재기할 힘을 낼 수 있는 한마디 말을 반지에 새겨 오라"는. 명을 받은 신하는 지혜의 왕자 솔로몬에게 부탁했다. 솔로몬은 깊이 생각한 끝에 이렇게 그 반지에 새길 것을 제시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문장을 새긴 반지를 손에 받아든 다윗은 크게 만족해 하며, 그의 삶의 여정 속에서 어떤 큰 성공 앞에서도 자만하지 않으며, 실패 앞에서도 낙심하지 않았다.

그렇다. 삶의 모든 아픔은 지나간다. 그러니, 지금 아무리 큰 아픔이 있다 한들 참을 수 있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환희도 지나간다. 그래서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두어 달 전, 마음이 힘들어 있었던 때에 본란의 칼럼을 '다행과 감사'라는 제목으로 썼던 기억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그토록 깊은 마음의 상처를 느끼는 순간에서도 모든 상황에 감사를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감사라는 것은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환경이 아니라 해석이다. 우리네 살아온 삶의 순간을 감사로 해석하면 그 인생이 최고의 순간이 된다. 세상은 새옹지마라 하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이 아프든지, 즐겁든지 찰나의 모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세월이 내게 알려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기다리는 겸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로 지난 일 년간 종교칼럼난의 일부분을 맡아 왔던 일을 마친다. 이 또한 얼마나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던가? 내게 기회를 준 신문사에 감사를 드린다.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하나님의 일꾼으로 이 한 해도 힘차게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끝없는 세월 속에 계속 최고의 날들, 최고의 해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가자고 제안하면서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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