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8>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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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와 말
퍼도…퍼도…마르지 않았던 우리네 됫박 인심

"아저씨, 집에서 정확히 10말을 가져왔는데 9말 5되가 웬말입니까."

"아주머니도 지금 보셨잖아요, 말을 속인 것이 아닙니다."

'되'와 '말'로 곡물의 상거래가 이뤄지던 시절, '말감고'(싸전에서 마질하는 사람)와 쌀주인인 농촌 아낙간에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풍경을 그린 것이다.

곡물 도매상인들이 농민들 쌀을 사들일때는 말을 쿵쿵 굴러가며 되고(담고),소비자들에게 팔때는 살포시 되어(담아) 이문(이익)을 남기는 기교를 부렸다.

농경사회에서 곡식이나 간장,식용유등을 팔고 사는 단위를 '홉-되-말'로 표현했는데 어른 손 한줌되는 량을 1홉이라 했고,10홉은 1되(升),10되는 1말(斗),10말은 1가마라고 단위를 정했는데 1되는 리터단위로 약 1.8ℓ요, 1가마는 180ℓ다.

따라서 쌀 1되값이 2000원이면 1말이면 2만원,1가마면 20만원이 된다.

이렇게 쌀등 곡식을 담는 '되'나 '홉'은 박달나무나 대추나무로 만들고 '말'은 단위가 높아 무게 때문에 피나무와 소나무로 만들어 사용했다.

옛날에 학문이 높으나 활용할 줄을 모르면 '말(斗)로 배워 되(升)로 풀어 먹는다',또는 글을 적게 배웠어도 잘 써먹는 사람을 '됫글로 말글 써먹는다'고 했다.학문의 이용 척도를 되와 말로 표현, 사람 됨됨이를 그릇으로 비유한 것이다.

도량형에서 부피는 리터(ℓ)와 세제곱미터(㎤),무게는 그람(g),길이는 미터(m)로 바뀌면서 상품거래의 속임수가 줄어 들었다.

1홉,1되,1말등 담는 그릇은 국가공인의 불로지진 '불도장'이 찍힌 것이라야 했고 공인되지 않은 것은 사용이 금지됐으나 '되'나 '말'을 키우거나 줄여서 부당이익을 취한 악덕상인들이 적발되어 벌을 받은 경우도 많다.

시골 농민들은 공인된 되나 말이 없으면 짚으로 말을 만들기도 하고 바가지 크기를 1되에 맞추어 적당히 사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됫박'이라고 했다.

또 '됫박질'이라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한되, 두되 사다먹는 쌀을 일컬어 왔다.

되나 말이 '소두'와 '대두'로 구분되어 속이고 속는 헷갈리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대두1되는 10홉, 소두1되가 5홉, 따라서 '값은 대두로 받고 쌀을 소두로 팔아' 농민과 소비자들을 골탕 먹이는 상인도 있었다.즉 농민에게 쌀을 살때는 대두로 되어(담아) 위 사례처럼 10말이 모자라게 해 9만5되 값만 쳐주고 소비자에게 팔때는 소두로 되어(담아) 량을 적게 주면서 값은 대두 1말값을 받으니 양쪽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속임질을 하는 쌀장사는 금방 소문이 나 주민들의 욕을 먹었고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은 농촌이나 도시나 되나 말 보다는 무게(그램g)나 리터(ℓ)로 단위를 재기 때문에 농민이나 소비자나 속지않고, 또 이런 상인도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옛날 쌀한되, 쌀 1말 하던것이 지금은 쌀 10㎏ 한부대,20㎏부대,80㎏(1가마)로 통일되고, 석유와 식용유등 액체는 옛날에 석유 1되, 석유 1말하던것이 지금은 1.8ℓ(1되),18ℓ(1말)등으로 통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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