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27>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2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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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가루 밀가루 가늘게 내려

두부 만들고 막걸리 걸러 내기도





우리나라 풍속에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 등 모든 집안일이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로 구별돼 있다.

남자는 주로 바깥일,즉 농사일을 하고 보리방아 찧고 떡방아를 찧는 일은 여자들만이 하는 일로 인식돼 왔는데 떡방아 찧는 일에 응당히 쓰이는 것이 떡가루를 내리는 '체'가 큰 역할을 한다.

체는 곡식의 가루를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데 쓰이던 생활도구다.

체는 옛날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일부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고 30~40년전쯤 추석이나 설명절이 돌아오면 집집마다 떡을 하고 명절 준비하느라 분주했는데, 추석에 송편을 빚기 위해서는 햅쌀을 절구나 디딜방아로 곱게 빻아 체로 가루를 쳐서(흔들어 내리는 것) 고운 가루에다 더운 물을 넣어 반죽을 해서 송편을 빚는다.

또한 설명절에 먹는 흰떡은 쌀을 곱게 빻아 체로 가루를 쳐 그것을 시루에 쪄서 절구나 디딜방아에 넣고 차질게 찧는데 흰떡찧는 일이 힘이 들어 남정네들이 도와 주기도 했다.

체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도구로서 쌀가루 뿐만 아니라 콩을 볶아 빻고 그것을 가루로 내어 찹쌀 인절미 떡고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체는 막걸리를 걸러내거나 간장을 담글때 불순물을 걸러내기도 한다.

떡쌀을 절구에서 찧어내 체로 치면 체의 망살보다 가는 가루는 밑으로 내려 앉고 굵은 것은 체에 남는데 이를 다시 절구에 넣어 빻기를 반복, 고운 떡가루가 만들어 진다.

농사철에는 통밀을 절구에서 찧어내 밀가루를 체에서 쳐내 칼국수를 만들거나 수제비등을 만들어 먹는다.

체나 키, 조리, 비등은 솜씨 좋은 서민층의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활도구들인데 그중에서 치는 손길이 많이 가는 작업이고 솜씨가 좋아야 한다.

체는 먼저 체바퀴에 체불을 메워 정교하게 만드는데 체바퀴는 굵은 나무를 얇은 송판으로 켜서 부드럽게 다듬어 불에 구워서 둥글게 말아서 바퀴를 만드는 힘든 작업이다.

체불은 말꼬리 털을 뽑은 말총이나 명주실을 가늘게 꼬아서 만들고 철사가 발명되면서 녹슬지 않는 구리철사로 엮기도 했다.

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얼개'라는 도구가 있는데 그것은 집을 짓는 공사장에서 시멘트 반죽에 쓰이는 모래를 곱게 치기위해 굵은 철사로 엮은 망이다.

삽으로 모래를 퍼서 쇠얼개에 뿌리면 가는 모래는 밑으로 내려앉고 굵은 자갈은 굴러 떨어져 모래만 쓰이는 것이다./글·사진 김운기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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