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이란 참는 게 아닐까요?
인욕이란 참는 게 아닐까요?
  • 덕일 <풍주선원 주지스님>
  • 승인 2011.12.19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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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덕일 <풍주선원 주지스님>

참지 못하고 부리는 객기를 만용이라고 합니다. 쓸데없이 으스대는 건데요.

우습게 만든 이야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생쥐가 술독에 빠졌답니다. 며칠 동안 나오지를 못하고서 그 속에 갇혀 있었어요. 그러다가 잔뜩 취해서 겨우 나오기는 했는데, 하는 말이 이러더랍니다. "야! 이 세상에 있는 고양이들 전부 나와." 이렇게 떠들었답니다. 주변에 있던 고양이들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하냐?"면서 혀를 차더랍니다. 세상에는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다가 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조금만 참았어도 좋았을 텐데, 순간 인욕심을 잃었기 때문에 영원한 후회를 남깁니다.

내가 고통을 당하다 보면 인욕을 생각하게 됩니다. 고통은 말로 내가 지은 업장이요. 과거에 저질렀던 나의 잘못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앙굴리말라'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살인마였다가 부처의 위신력에 굴복해 제자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주변 임금들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개 처형을 해야 하는 살인귀인데 부처님이 감싸고 도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부처께서 앙굴리말라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시고 받아 주셨습니다. 이 살인마가 불제자로 된 다음부터 탁발을 나가게 되었지요. 사람마다 욕하고 걷어차고 돌을 던졌습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가사 장삼이 찢어졌습니다. 살인마가 개과천선했다 한들 누가 인정하겠어요. 이때마다 부처님이 가르쳐 준 법문이 인욕입니다. "이제 그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이 인욕법이다. 인욕은 과거의 네 업장에 대한 대가를 갚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해 고맙다는 합장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셨어요.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해서 오히려 감사하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인욕은 원인이 없어질 때까지, 업장이 녹기까지 참는 겁니다.

인욕 중에는 갖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있습니다. 내던져 버린다는 방하착도 일종의 인욕입니다. 집착을 버릴 수 없으면 참을 수도 없는 겁니다. 내가 입은 옷이 못마땅합니까?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새로운 물건이 나옵니다. 들여놓고 싶은 물건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6분을 쉬어 보세요. 눈과 귀만 닫고 있어도 그런 욕심에서 떠날 수 있습니다. 잡스러운 욕심을 놓아 버리는 일, 이것이 단잠을 이루는 비결입니다. 비우고 또 비우면서 이런 욕심을 참아내는 것이 인욕입니다.

옛날 중국에서 조주 스님한테 엄양이 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의 욕심을 참고 지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조금 가진 것도 다 버리고 손을 털었습니다. 미련도 없이 다 버렸는데 이제는 어찌해야 합니까?(일물부장래시여하· 一物不將來時如何)" 그러자 조주 스님이 대답합니다. "그냥 내던져 버리시오(방하착·放下着)"그러자 엄양이 되묻습니다. "스님 제가 이미 다 버렸는데 뭘 또 버리라는 겁니까?" 이렇게 물었더니 스님이 다시 말합니다. "그러면 짊어지고 가져가시오." 그러자 엄양은 더 이상했습니다. 가진 것 없이 전부 버렸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뭘 가져가라는 겁니다. 짊어지고 떠나라고 했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소식을 합니다. 버렸다는 그 생각마저 버리라는 뜻이었어요.

얼마 전에도 어느 대통령이 "나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조주 스님이 계셨더라면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했을 겁니다. 거기다 대고 "이미 마음을 비웠노라." 이렇게 떠든다면 이번에는 "짊어지고 다시 가져가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버렸다느니 마음을 비웠느니 이런 소리가 필요 없는 겁니다. 진짜로 버리고 비웠다면 그 말조차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방하착은 죽고 사는 것도 버리는 것이요. 괴로움과 즐거움도 떠나야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십시오. 욕심도 버리고 그 버렸다는 생각도 떠날 정도라면 잘 참아야 합니다. 움켜쥐고 싶고, 더 긁어모으고 싶고 더 쌓아놓고 싶은 것이 중생심인데요. 이런 심정을 버리고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인욕이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 불교의 본래면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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