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텃새 안녕하신지
우리의 텃새 안녕하신지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승인 2011.12.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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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지난 주말 제천고등학교 환경동아리 그린피스와 함께 철새탐사에 나섰다. 사전답사가 있었던 앙성면 비내습지 일부 구간에서 낮게 흐르는 남한강을 굽어보며 소리를 죽였다. 오늘의 목표는 아름다운 고니의 관찰이다. 훤칠한 고등학생들 20여명이 강둑에 둘러서니 직선거리 약 500미터 아래서도 갑자기 형성된 시커먼 장벽에 위협을 느꼈는지 예민한 정찰고니 두 마리가 후두둑 물을 박차며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날아갔다.

고니의 비상은 찬바람에 부서지는 겨울햇살사이로 이내 숨어버렸고 우린 다시 윤슬을 가르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고니 떼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망원경, 쌍안경,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가 우리들의 유일한 탐사장비에 불과하였다.

비내습지에 찾아오는 단골 겨울철새 고니는 보통 50~80여 마리까지 발견된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이날 우리가 만난 고니는 10여 마리였다. 실물의 고니를 관찰하는 것이 처음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실한 장비를 탓하며 고정된 장소에서 번갈아 관찰을 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천연기념물 201호 고니의 자태는 정말 아름다웠다.

큰고니는 기러기목 오릿과로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서 얼지 않은 곳을 찾아 날아오는 겨울철새다. 암수와 새끼들의 가족군으로 무리를 구성하며 주로 수생식물의 줄기 또는 뿌리, 육지식물의 열매, 수생곤충 등을 먹는다. 보얀 흰색털에 노란색 부리를 가졌고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다. 덩치가 120cm에서 150cm정도, 체중이 8~20kg정도라니 어지간한 아이만 한 셈이다. 사람들은 큰 덩치로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꽁지만 물 밖에서 바둥거리며 물풀을 뜯어 먹는 고니의 모습을 즐거워한다. 보통 아이들 허리께정도 되는 물 깊이를 좋아한다니, 만일 비내습지도 물 깊이가 더 깊어진다면 다시는 관찰할 수 없는 종이 될 것이다. 환경동아리 그린피스는 까마귀, 왜가리, 비오리, 청둥오리 등을 이날 발견 종으로 기록했다.

아이들은 모처럼 맛보는 야외 생태학습이 제법 즐거운 모양이다. 진행선생님이 우리 텃새 중에서 참새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의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농업의 기계화", "살충제나 제초제 같은 농약 때문이에요","서식지 감소"... 그 많던 참새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항상 곁에 있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참새들이 최근 크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참새는 도시, 교외, 농경지는 물론 구릉과 야산 등에서 번식하는데 몸길이는 약 14cm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는 작은 텃새다. 곤충류, 풀씨, 나무열매 등을 먹는데, 특히 낟알을 좋아해서 농가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했지만 너무도 친숙한 새다.

1960년경 중국에서 '4해 추방운동'이 벌어졌을 때, 벼를 쪼아 먹는다는 이유로 참새도 쥐, 파리, 모기와 함께 해로운 동물 네 가지에 포함되었다. 그 때문에 농부들은 대대적인 참새 잡기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참새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는데 다음 해에 이상하게 흉년이 들었다. 이유인즉 참새가 봄과 여름동안 벼에 기생하는 해충을 다 잡아먹고 있었고, 해충이 없는 가을에 벼를 조금 먹는 것이었다. 그 후 참새는 사해에서 제외되었다는 중국의 일화가 있다.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1997년부터 이후 8년간 조류 44%가 감소했다.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 살포로 곤충과 식물 감소가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생물의 가치 중 가장 큰 것은 인간의 먹거리로서의 가치일 것이다. 인류는 먹거리의 80%를 20여 종의 식물에서 얻으며 나머지 20%는 4만 종의 식물과 동물에서 얻는다고 한다. 앞으로 생물에 대한 연구가 더욱 깊어질수록 그 가치에 주목하게 되겠지만, 참새조차 줄어드는 생태적 변화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동식물종의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주변의 동·식물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것에 대해서, 한 해를 보내며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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