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밝혀줄 아름다운 소망들
새해를 밝혀줄 아름다운 소망들
  • 유연호 <대전둔산우체국 우편영업과장>
  • 승인 2011.12.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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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유연호 <대전둔산우체국 우편영업과장>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무심했던 하루의 일상을 깨우듯 겨울은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냈던 삶의 소중함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그런 계절인 듯싶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우리 우체국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하나 설치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소원카드를 준비해 두었다.

불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장식 대신 사람들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소망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요량으로 말이다.

며칠 전 나도 그 소원카드에 바람 하나를 적어 크리스마스 트리 한쪽에 정성껏 매달아 두었다.

그렇게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한 사람 두 사람 달아두기 시작한 소망카드는 어느새 크리스마스 트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가고 있다.

삐뚤빼뚤 아직 채 다듬어지지 않은 글씨체로 산타할아버지에게 마법천자문을 선물받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에서 기다란 부연설명 없이 오직 취직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젊은 청년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소망, 아이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어느 평범한 주부의 소망, 자녀의 대학합격을 염원하는 어느 부모의 소망, 그리고 손자손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연세 지긋한 노년신사의 따뜻한 필체가 담겨 있는 소망까지 크리스마스트리가 달고 있는 소원카드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자니 서로 닮은 모습으로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 서서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를 닮아가게 된다.

제아무리 높은 담장을 쳐서 벽을 짓고 살아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어깨 나란히 한 채 비슷한 소망을 하며 서로 닮은 모습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작은 바람 하나 적어 매단 소원카드처럼 말이다.

올해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정성이 담긴 따뜻한 마음을 선물하고자 우체국연하장도 예쁜 것으로 골라 여유 있게 사 두었다.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빠르고 편한 방법만을 찾아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고민 없이 해 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새해의 다짐과 희망을 함께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이루고 싶은 바람이 비록 바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루지 못한 과거로 남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작게는 하루의 아침에, 그리고 일 년의 첫날에 스스로를 다짐할 수 있는 부단한 크고 작은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아 둔 소원카드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의 대화이며, 또한 우리 스스로를 부단히 일깨워가는 다짐이자 내일을 살아가는 희망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본다.

큰 것을 품는 넉넉함으로 소망 하나 매달아 둘 작은 자리 하나쯤이야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소원트리는 오늘도 서로를 닮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미소 하나로 새해를 밝혀 줄 아름다운 소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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