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며
  • 정효준 <새터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1.12.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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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정효준 <새터성당 주임신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 공동체는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성당, 교육관, 사무실, 제의실까지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뜻 안에서 이뤄진 일이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몸을 풀었고 복장을 갖추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출발선을 떠나는 우리 공동체가 건강한 모습으로 완주하기를 청해봅니다.

요즘 교회는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인간 사랑의 결정체인 성탄은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온 세상이 기쁨으로 맞이하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2000년 전 예수님의 성탄은 온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기쁨 가운데 많은 사람이 함께한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잠자리를 찾지 못해 머물게 된 마굿간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소박한 기쁨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또한 깨어 있었던 목동들에게 소식이 전해지고 목동들에게 친숙한 그 자리에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길거리의 캐럴과 장식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신 그분을 몰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쁘게 맞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작년과 다르지 않은 겉웃음으로 성탄의 기쁨을 표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유학 시절 언어가 자유롭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교통 수단, 특히 택시를 타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버스가 조금은 이른 시간에 끊겼기 때문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튼튼한 두 다리로 한두 시간 정도는 걷곤 했습니다. 그날도 늦은 시간 집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멀리 있는 친구의 집이었기에 걷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택시를 부르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기에 큰 마음 먹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싸늘해진 날씨와 어둔 거리가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두 시간쯤 걸었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되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택시 한 대가 옆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택시를 탔고 어렵게 내가 사는 곳의 위치를 설명했습니다. 친절한 택시 기사는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한참을 돌아오느라 추가된 요금을 집에서 가지고 나올 수 있게 배려도 해 주었습니다.

그 밤 침대에 누워 생각해 보니 그 택시 기사는 주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에게 택시를 보내준 분은 내가 길을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천사를 보내 주었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가는 길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택시가 보였다는 것입니다.

성탄을 발견하는 것은 내 길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내 생각에 맞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성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인정할 때 그분의 성탄은 특별하고 소중한 사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디쯤을 걸어가고 계십니까. 이 길이 분명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길입니까. 한 해를 보내며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봅시다. 그리고 부족함을 인정합시다. 그만큼 주님께서는 채워주실 것입니다.

처음 칼럼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이미 일 년 동안 칼럼을 써 온 후배 신부가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도 했고, 더군다나 매주도 아니고 3주 만에 한 번꼴이라는 말에 고민 없이 하기로 했습니다. 또 시골 본당 신부로 시간적인 부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써야 하는 날이 어찌나 빨리 오던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글을 써야 하는 날이 가까이 오면 주변에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시간들이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다른 후배 신부에게 넘겨준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좋은 몫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미련 없이 넘겨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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