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헌신의 기념물을 돌아보며
위국·헌신의 기념물을 돌아보며
  • 김장태 <대전지방보훈청 인사담당>
  • 승인 2011.12.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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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장태 <대전지방보훈청 인사담당>

요사이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다.

바람이 멈추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아직은 가을의 문을 넘어서지는 않은 것 같아 가벼운 옷을 입게 하고, 어느 사이엔가 구름이 끼고 바람이 거세지면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만들곤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생각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쌀쌀해진 아침에 출발해서 따뜻해진 마음으로 돌아왔던 현충시설 탐방일이 떠올랐다.

대전지방보훈청에서는 보훈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안보의식 및 애국심을 함양하고자 조를 나누어 우리 고장에 소재한 현충시설을 찾아 참배하고 주변 정화활동을 펼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가 속한 조는 지난주 금요일에 금산지역에 있는 현충시설 두 곳을 방문하였다.

며칠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됐는데 그날 아침은 이상하게 추워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에 올랐다.

마지막 남은 낙엽마저도 떨어져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만들어 낸 삭막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한 시간여를 달려 처음 목적지인 금산 남산공원에 도착했다.

남산공원에는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된 자유평화수호탑이 있다.

이 탑은 6·25전쟁 참전유공자와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들이 자유와 평화 수호에 목숨을 바친 공훈과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2005년 11월에 건립되었다.

탑 앞 양쪽 비석에 빼곡히 새겨진 6·25와 베트남 참전유공자의 이름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들의 숨결을 느끼며 탑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 나서 탑과 비석에 묻어 있는 먼지를 닦아내고 주변에 있는 쓰레기도 주워가며 정화활동을 시작해 구불구불 이어진 계단에 있는 낙엽을 쓸어가며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점심시간이 다 되기도 했지만 선열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들여서일까 모두들 허기를 느끼며 서둘러 정리하고 차에 올라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산에서 유명한 어죽과 민물매운탕으로 메뉴를 정해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점심을 맛있게 먹어서인지 훈훈한 기운 속에 도착한 곳은 금산군 백암산에 위치한 600고지전승탑이었다.

600고지는 6·25전쟁 이후 5년여에 걸쳐 빨치산과 군·경합동토벌대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그때의 전적을 기리고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금산군에서는 백암산에 탑을 건립하였다.

인근의 험난한 산새를 바라보며 그 당시에 얼마나 힘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까 추측해 보면서 참배와 정화활동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오르니 실제 기온이 올라서인지 선열들의 숨결을 느끼고 주변을 깨끗이 한 뿌듯함인지 모를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 흘렀다.

돌아오는 내내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려운 시절에 나라 안, 그리고 국경을 넘어 머나먼 타국 땅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 내는 영화 같은 조상들의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분들의 희생과 보살핌 때문인지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는 사회적·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우리들의 자유와 평화를 한순간에 빼앗고 전쟁의 참혹함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조상들이 피와 눈물로 물려 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지켜내고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이어주기 위해서라면 영원히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그 날까지 국가안보의 필요성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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