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케치 회원전의 먹을거리
포토스케치 회원전의 먹을거리
  • 정인영 <사진작가>
  • 승인 2011.12.0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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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인영 <사진작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대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인간 생활에서 의복과 음식, 그리고 집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중심에 서왔다. 특히 먹을거리는 삶에서 질곡의 세월과 함께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오면서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앞날이 불투명했던 당시 민족은 고향을 등지고 낯선 북만주 땅으로 가야했다. 불모지 땅을 일구어 식량을 만들어 냈으며 광복 후에도 궁핍한 생활은 참으로 오랫동안 끈질기게 사람들을 괴롭혔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정 경제가 조심씩 풀리는가 싶더니 70년대와 80년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이 조금씩 사그러 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는 어떠한가. 정체 모를 서양음식이 유입되고,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은 어느 순간 잊히고 있다. 간편한 프랜차이즈 음식이 범람하면서 우리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먹을거리는 한국고유의 양식들과 그것을 조리하는 방식은 한결같이 사람들과 함께해 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포토스케치 회원전으로 전시된 식-먹을거리 사진전은 매우 뜻깊다 하겠다.

그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먹고 사는 것을 작업으로 표현했다. 그들은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담아내는 그릇들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에 렌즈를 맞췄다.

올해 초 이번 전시를 위한 작업 주제를 결정할 때 다양한 의견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촬영에 임한 회원들은 저마다 고심한 흔적이 사진 곳곳에 녹아 있었다. 단순한 먹을거리와 조리, 개개의 보여주기식 사진이 아닌 이미지화하는 사진촬영에 몰두하였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진에서 단순하게 무엇이구나 하고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추상성과 현대사진적 표현성을 동시에 마음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영대 작가가 찍은 멜론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를 들여다 보게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선의 다양한 생김으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수박을 찍은 사진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무늬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반응해 낸 미지의 길을 보여주었다.

김응균 작가의 화초호박에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한 심리를 유추해 냈고, 이로 하여금 자신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물속에 있는 조개를 찍은 사진은 어느 날 펼쳐진 행운처럼 다가왔다. 신현구 작가의 이 작품은 삶은 고생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암시해 주었다.

이외에도 오규석의 배추와 이기선의 한과, 그리고 이덕호의 황태, 이성철의 오징어도 익숙해진 사진기술을 한껏 발휘하여 시각적 효과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박종애는 유리컵과 그릇을 특유의 광고사진으로, 최순덕은 네모난 접시를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살려내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번 사진전은 먹을거리를 통한 세상바라보기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기선 회장은 "전시할 때는 언제나 모자람의 아쉬움만 남는다"면서 "좀 더 세련되고 성숙한 사진가로서 우뚝 서게 될 그날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사진이야말로 사진가의 실험정신과 매력적인 시도가 예술성과 목적성을 동시에 이뤄내는 예술이다. 새로운 시도로 회원전을 마무리한 포토스케치 회원들에게 또 다른 멋진 예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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