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주의 특별한 음악회
7공주의 특별한 음악회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1.12.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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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빛나던 무수한 나뭇잎이 그 빛을 잃고, 서서히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겨울이 되면 우리는 옷깃을 여미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우리 7공주와 큰아빠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7공주들이 그룹홈으로 독립해 첫 번째로 지난 가을 음악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 7공주! 이렇게 이쁘게 잘 자라서 고마운 분들 앞에서 부족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음악회로 보답하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유창하게 영어로 인사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경희를 보면서 나도 몰래 눈물이 났다.

이번 음악회의 사회를 본 은영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매주 봉사활동을 다니던 나눔 천사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당당하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이제는 충북 도청에서 큰일을 담당하는 사무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제자이다.

7명의 공주들은 어린 시절 특별한 사정으로 낳아주신 부모님과 헤어져 지금의 처녀 엄마와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인 엄마는 7공주를 키우기 위해 결혼도 포기한 한국판 마더 테레사와 같은 분이다.

내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내가 금천고 근무할 때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가면서부터이다.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천사처럼 돌보던 새내기 복지사가 지금은 7명의 공주와 함께 독립하여 그룹 홈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가을 음악회를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버림 받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다스리고 오히려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1인 1악기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7공주는 이번 음악회를 위해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해 4박5일 음악 캠프도 가고, 매일 저녁 연습하며 준비했다. 첫째와 셋째는 가야금, 둘째와 막내는 해금, 넷째는 첼로, 다섯째는 소금, 여섯째는 노래로 발표를 했다. 독주와 합주, 그리고 특별히 음악회의 마지막을 7공주와 큰아빠가 함께 왈츠를 추는 순서를 마련해서 우리 큰아빠들은 연습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음악회의 무대 장치는 GVCS 봉사동아리에서, 초대장과 순서지는 상지기획에서, 7공주의 미용은 세실리아 미용실에서, 과일 준비와 안내는 큰엄마들이 맡아서 진행했다.

막상 음악회 당일에 초대된 분이 안 오실까 염려가 되었고 당일 비까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더욱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고 장소가 가득찰 정도로 손님들이 오셨다. 특별히 비슷한 처지의 복지관이나 단체들에서 참석해 성황리에 음악회를 마치게 되었다. 몸이 불편한 에덴원 원장님은 처음 순서부터 마지막 순서까지 내내 눈물을 흘리셨고, 7공주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도 오시고, 교육청 장학관님과 장학사들도 오셔서 함께 감동을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합창으로 마무리할 때는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시집갈 때 예식장에 손잡고 들어가서 신랑에게 인계하는 것을 목표로 7공주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다시 한 번 하면서 그렇게 가을 음악회가 막을 내렸다.

함께했던 우리 모두는 나눔과 배려가 넘치는 세상,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2012년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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