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전 '억울한 죽음' 달래다
61년전 '억울한 죽음' 달래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11.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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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보도연맹 희생자 합동위령제
충북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 마을은 해마다 음력 5월 27일이 되면 마을 전체가 숙연해진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한여름에 마을이 이처럼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는 까닭은 바로 이 마을에 살던 농민 60명 이상이 소위 보도연맹사건으로 한꺼번에 희생됨으로써 제삿날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이다.

보도연맹사건은 1950년 6·25전쟁 중 국군·헌병·반공 극우단체 등이 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가 북한과 내통하고 뒤에서 배신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을 우려해 보도연맹원들을 무차별 검속하고 학살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보은지역에서만 줄잡아 12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으며, 이들은 대부분 가족 등 연고를 찾지 못한 채 집단매장되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보은지역에서 보도연맹사건으로 무참히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2011 보은보도연맹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지난달 30일 보은읍 문화예술회관에서 거행됐다.

보은보도연맹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박용현)가 마련한 합동위령제에는 유족회, 종교단체, 각 기관·사회단체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제례, 종교의례, 추모사, 추모시 낭송, 헌화 및 분향, 추모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보도연맹(保導聯盟)은 1948년 12월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사상통제의 취지로 결성된 반공 단체로, 연맹원은 주로 좌파 경험이 있거나 양심수를 대상으로 했으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대부분 농민이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보은읍 교사리, 내북면 서지리, 마로면 관기리, 보은읍 길상리, 탄부면 하장리 등 5곳에서 120여명의 보도연맹원이 희생된 것으로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마을별 실태조사를 거쳐 이 중 26명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박용현 회장은 "보은군의 보도연맹사건으로 인한 집단희생지역은 공교롭게도 과거 일본군의 토벌에 쫓기던 동학군이 마지막 항전을 했던 장소와 흡사한 궤적을 지니고 있다"면서 "반민특위 등 부끄러운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아픈 역사가 보도연맹사건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올해로 두 번째 맞는 위령제인 만큼 주민과 함께 과거의 진실을 바로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녁시간에 위령제 및 추모공연을 준비했다"며 "이 행사로 많은 주민과 학생들이 사건을 바로 알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은보도연맹사건희생자유족회는 지난해 5월 25일 뱃들공원에서 첫 위령제를 열고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26명과 유족회 자체적으로 조사 확인한 16명을 포함한 42명의 넋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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