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70%가 여성… 사회적 관심 절실"
"탈북민 70%가 여성… 사회적 관심 절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1.22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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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라이프>
탈북민 돕기 나선 이재희 박사

"북한을 탈출해 온 주민이 남한에 2만 명이 넘었어요. 충북에도 700여 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고요.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약합니다. 같은 동포인데도 불구하고 '북한사람이다'라는 인식에서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여성폭력과 여성의 사회참여활동에 앞장서 온 이재희 박사(사진)가 이번엔 탈북민 돕기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던 탈북민 지원을 민간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첫 시도로 민주평통충북지역회의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박사는 지난 19일 청주체육관 광장에서 '1회 북한이탈주민돕기 충북한마음대회'를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탈북민에 관심을 가진 건 간단해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동포애, 인류애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단체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도울 수 있을 때 돕고, 가진 자가 먼저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탈북민 중 70%가 여성이라는 점도 이 박사가 관심을 가진 이유다. 탈북민들은 당장 경제일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성들에게 육아문제와 일자리는 그리 녹록지 않다.

"여성의 몸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겠어요. 그럼에도 낯설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이 땅에서 그들은 이방인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북민이 많은 국가지원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주택에 정착금 300만원이 다예요. 정착금도 국경을 넘어오는 조건으로 브로커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면 무일푼인 셈이죠."

당장 먹을 반찬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그들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탈북민의 현실과는 멀다는 게 이 박사의 말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 프로그램은 넘쳐나는 데 비해 탈북민을 위한 사회프로그램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실제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뒤 탈북청소년들이 집단 구타를 당한 일도 발생했잖아요. 이는 아직도 같은 동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더불어 불편한 진실을 바로 보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다고 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같은 민족으로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바자회를 시작으로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이 박사는 연말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탈북민 후원캠페인도 벌여 시민들의 관심도 유도할 생각이다.

"여성들의 탈북민 인식도 제고하고, 탈북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통해 향후 활동도 구체화할 생각이에요. 뜻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민들의 안정적 생활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고 싶어요. 미래를 위해 많은 분들이 탈북민에게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을 줄여 부르는 탈북민은 왠지 어색하다. 같은 민족임에도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그들의 현실 같다.

탈북민의 현실적 고민을 풀어가기 위해 첫걸음에 나선 이재희 박사의 활동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어색함이 걷히길 바라는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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