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곡저수지의 미호종개와 대전의 맹꽁이
백곡저수지의 미호종개와 대전의 맹꽁이
  •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
  • 승인 2011.11.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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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근 금강유역환경청에서는 백곡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불허하라는 환경단체와 승인을 허가하라는 진천군 백곡면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 홍수 예방, 하천유지용수 공급 등의 이유로 백곡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백곡저수지 인근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제기된 적도 없었으며, 하류부에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한 적도 없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사업으로 둑 높이가 2m 높아질 경우 백곡저수지 유입부에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미호종개 서식지 전체가 수몰·훼손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 454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서 오로지 금강유역에서만 살아가는 한국 고유종이다. 미호종개가 처음 발견된 곳이 바로 우리 지역 미호천이다. 즉 미호종개는 문화재법과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우리 지역의 대표 생물자원인 것이다. 이런 미호종개가 특정 지역에서만 살아가는 이유는 그 서식지의 특수성 때문이다. 미호종개는 번식기에 20~60㎝의 수심을 유지하는 곳에서 아주 가는 모래를 걸러 그 표면에 붙은 식물플랑크톤을 섭식한다. 그래서 미호종개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늘고 고운 모래가 꼭 있어야 한다. 미호종개는 입이 무척 작아서 굵고 거친 모래를 먹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뻘이 많은 곳에서는 먹이활동 시 아가미가 막혀 생존할 수가 없다.

이러하기에 백곡저수지의 둑이 2m 이상 높아지면 현재의 미호종개 서식지 수심은 2m 이상 깊어지며 유속이 느려 퇴적물이 쌓일 수밖에 없고 결국은 서식지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미호종개 대체서식지다. 이미 한 대학 실험실에서 미호종개가 증식되고 있으니 대체서식지를 만들면 미호종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개발현장에서 법정보호종이 출현하면 이런 식이었다. 이동성이 있는 조류나 포유류, 곤충들은 멸종위기종이라 하더라도 다리와 날개가 달렸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되고, 이동 반경이 크지 않은 정주성 종들은 대체서식지나 비슷한 서식환경으로 포획하여 이주시키면 된다. 참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체서식지라고 만들어 놓고 성공한 사례가 몇 곳이나 되는지 확인해 본다면 더 이상 대체서식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 부득이하게 대체서식지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포획 이전을 하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사후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서식지는 법적인 문제를 피해가는 최악의 선택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맹꽁이 집단 서식지를 원형보전하기로 한 대전시의 결정은 참으로 환영할 만하다. 올여름 대전에서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맹꽁이 시민조사단을 조직하여 모니터링을 했다. 그 과정에서 4대강 금강살리기 11공구인 갑천1지구 내에서 맹꽁이 서식지 5곳이 발견되었고, 대전시는 초기 포획이주 계획을 수립하고자 하였으나 대체서식지 문제 등에 동의하여 5곳의 서식지를 모두 원형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대전시는 전국 최대 맹꽁이 생태공원을 갖게 되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백곡저수지에서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를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공사를 강행하려는 동안 문화재청에서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과 청양군 장평면 일원의 미호종개 서식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실로 미호종개라 이름 붙인 것이 부끄러워지는 지경이다.

미호천 상류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백곡저수지 미호종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금강유역환경청의 결정에 달렸다. 생물주권시대에 미호종개의 가치는 4대강 둑높이기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을 것이다. 법적 보호책임이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은 미호종개 운명을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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