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진출 발판 악용 '허다'
시의회 진출 발판 악용 '허다'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11.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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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회 관료화되나
② 정치적 활용 뿌리깊은 갈등 구조

청주시 사무관 A씨는 동장 재직 시절 주민자치위원회 일원인 직능단체 간 갈등 탓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을 접어야 했다고 한다. 주민화합을 위한 행사를 특정 직능단체에 맡겼더니 또 다른 직능단체에 몸담고 있는 주민자치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협조 못하겠다"며 거부감을 보였던 탓이다.

주민화합을 꾀하려던 행사가 의도와 달리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행사를 축소해 치렀다. 첫 행사는 마지막 행사가 됐다.

더 큰 이유는 주민자치위원회, 직능단체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다툼이 발생할 경우 동장 '지휘 능력'을 의심받기 십상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업무 스타일을 소극적 관리 또는 포기형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A씨는 "직능단체 갈등 내막을 들여다보니 지방의회 전·현직 의원 간의 반목과 주민자치위원회 주도권을 둘러싼 게 발단이었다"며 "봉합을 시도했으나 골이 깊어 포기했다. 낙선한 의원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을 경우 행정조직과 직능단체 장악이 용이한 데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폭넓게 접촉할 수 있어 지방의회 진출 발판으로 삼는 사례도 허다하다.

실제로 현직 청주시의회 의원 가운데 5~6명이 주민자치위원장 또는 주민자치위원 출신이다. 전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덕으로 의회에 진출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직위를 십분 활용한 사례이다.

심각한 사례는 낙선자나 정당공천 탈락자들이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컴백'하는 사례이다. 당선된 시의원과의 역학관계나 출마를 염두에 둔 주민자치위원,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직능단체 간의 잠재된 갈등이 어떨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청주시 현직 주민자치위원장 29명 가운데에도 지방의원 낙선자와 공천탈락자가 4~5명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주민자치위원들의 순수한 봉사활동도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비난과 오해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주민자치위원 B씨는 "전직 의원과 친분이 깊었던 위원과 갈등관계였던 위원이 아직도 으르렁 대 논란이 있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 꺼려지곤 한다"며 "동장이 일을 수습하느라 매번 안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더라도 주민자치위원회를 정점으로 한 주민 갈등은 곳곳에서 빈발한다.

심한 경우 동행정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도전받기도 한다.

최근 흥덕구 모 주민센터에서는 직능단체원의 동장 폭행시비까지 불거졌다.

B씨는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아 지난 10월 8일부터 4주간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못했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상대방을 고소까지 했으나 주변의 권유로 결국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주민자치위원회 내부 갈등과 통장협의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끝에 빚어진 초유의 사태였다.

내부 갈등과 반목이 심한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동장을 '내편'으로 끌어들여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폭행시비는 동장을 둘러싼 오해와 증폭된 갈등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다 보니 직능단체나 주민자치위원 참여자 상당수는 자영업자들이다. 일부는 행정기관과 경찰의 단속 대상 업소 운영자까지 참여해 '방패막이'나 영업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주민자치와 마을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취지와 달리 또 다른 '동네 카르텔'을 형성한 꼴이다.

현직 동장 C씨는 "조례 개정 취지와 방향은 모두 맞고 이상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 현실이 그렇지 않다.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활동하는 위원들이 과연 몇이나 되냐"고 반문하고 "주민자치위원회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주재구 청주시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탑대성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례를 강화해 방향을 잡아주면 참여 희망자도 늘고,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 방치하면 더욱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협의회가 자정기능을 발휘해 낙선자들의 참여를 자제시키고, 의회 진출 등 정치적 활용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또 "어느 집단이나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환경과 조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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