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
김장철에
  • 이상종 <청주시청 주민복지과 복지재단설립TF>
  • 승인 2011.11.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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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며칠 전 이번 겨울에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서 어려운 곳에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며 지인이 상의를 해 왔다.

많은 양의 김장은 아니지만 늘 집안에서 먹는 그 맛 그대로를 전해주고 싶은데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자녀들도 다 성장하였고 일흔이 훨씬 넘었음에도 대학가에서 하숙집을 하는 할머니다. 처음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추운 겨울 그래도 가장 든든한 것이 김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간혹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을 장학재단이나 교육기관에 기탁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 아마도 배우지 못한 시절의 회한으로 인해 어딘가에 있을 배움에 대한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자연생태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사회도 풍요로움보다는 갈수록 희소가치가 되는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으로 질주하는 듯하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과 이미 그 모습이 사라진 멸종 종의 합이 새로 생겨난 것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희소성에 대한 가격이 치솟을 것인데 그렇다고 비싸다고 그것이 다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김장김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풍요로움이 넘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충족만을 미덕으로 몸소 실천하고 살아온 삶에서 체득한 것이다.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의 마음이 얼지 않게 김치가 작게 나마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모두 다 어려움을 겪지만 어려운 계층일수록 복구는 더욱 더딜 수밖에 없고 또한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궁핍해지지만 한편으로는 성장의 열매를 받기에는 이미 그 가격이 너무 비싸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최소한의 삶의 충족 조건이라는 것들이 더 비싸지고 더 많아질수록 결국에는 사회적 비용은 더 증가한다. 이것을 사회적 지출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이다.

사회복지는 사회에서 발생되는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당연한 삶의 욕구에 대한 사회적 수용일 것이다. 점차 고령화되는 전 지구적 인구 변동 추세를 볼 때 이 비용을 줄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예산과 재정 대응만으로는 너무 벅차다고도 할 수 있다.

대응이라면 삶의 최소한, 그리고 적정한 충족 조건들에 지불가격을 낮게 하거나 김장김치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같이 우리 사회의 자원을 더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이고도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표현이 쌓이고 쌓이면 바로 사회자본이 된다. 공동체 의식의 최고 발현인 사회복지를 통해, 또한 사회자본도 더 쌓일 것이다.

앞으로는 지출보다는 사회적 투자라는 관점과 믿음에서부터 시작하는 사회복지 논쟁이 좀 더 본격화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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