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외교부, 변명만 하는 청와대
얼빠진 외교부, 변명만 하는 청와대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1.11.08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빈 방미했다.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미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국빈 방미 이후 제기되는 너무나 많은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문제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혹시나 국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답례가 있지 않을까 의심을 하면서 옥신각신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의회에서 행한 대통령의 연설문이 미국 로비업체의 작품이고,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를 비준하도록 미국 로펌을 고용해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와 외교부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위해 미국 로비 업체에 용역을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변명만 하여 국민을 우롱하였다. 마치 대통령이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하면 당연히 미국 로비 업체에 연설문 작성에 대한 용역을 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외교부는 국빈 방미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게 했으며, 국빈 방미하지 못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빈방문 성격상 각종 연설을 앞두고 국내·외의 전문적 여론을 다양하게 수렴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해서 행하는 연설은 무엇보다도 자국의 국익을 위한 다양한 포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포용력과 이를 통해 우리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미국의 로비업체가 한국의 국익을 위한 다양한 포석을 연설문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하면 미국의 로비업체는 설사 용역비를 받고 연설문을 쓴다고 해도 한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내용을 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미국 의회 로비 목적으로 미국 로펌과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미 FTA가 미국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한국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 국익을 위해 미국 의회 비준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불리하다는 논란이 수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로펌을 동원하면서까지 미국 의회의 비준을 조속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미국 의회 로비를 위한 로비업체 고용을 통해 '미국 상원 한국협의회 발족', '한·미동맹결의안 채택', '비자면제프로그램 확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법안 통과', '천안함 관련 결의안 채택'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국민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어쨌든 우리 국민은 어떤 경우이든 정부가 미국 로비 업체를 동원해 연설문을 작성하고, 국민이 불안해 하는 한·미 FTA를 위해 미국 로펌을 활용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우리는 정부가 미국의 로비 업체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하는 자괴감을 가지는 동시에 외교부는 무엇을 하는 집단이며, 청와대는 변명만 하는지 개탄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도로 경계하는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들지 말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