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모욕주기 수사 … 사직 결심"
"노무현 모욕주기 수사 … 사직 결심"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11.01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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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검 출신 오원근 변호사 '검사 그만뒀습니다' 발간
'버릴수록 행복한 삶' 진솔하게 풀어

소작농·노점상 부모 이야기 등 감동

사법정의·민주주의 … 진지한 고민도

검사 출신 40대 변호사가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모욕주기 수사와 '부엉이 바위 투신'을 견디기 어려워 사표를 던졌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법무법인 '청주로'소속 오원근 변호사(45)는 최근 발간한 '검사 그만뒀습니다(문학동네·252쪽)'를 통해 "그분이 모욕 주기 수사를 힘겨워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셨다는 것이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사실이었다"며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아내와 막걸리를 한두 잔 하다 '그만두겠다'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서 근무했던 오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였던 2009년 8월 10년 5개월의 검사생활을 끝냈다.

오 변호사는 "현대 정치사에서 그보다 민주주의와 진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수사를 받던 중 서거한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던 날의 소회도 밝혔다.

오 변호사는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초역을 지나 중앙지검 옆 대검 청사로 향할 때 직원들이 창문 쪽으로 몰려가 지켜봤으나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며 "그가 치욕을 당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고, 당시 내가 그에게 갖출 수 있는 예의였다"고 술회했다.

그는 '정의'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오 변호사는 정의를 '자연스러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검찰이 정의롭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억지스러운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또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경험을 토대로 사법정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털어 놓았다.

검사를 그만둔 오 변호사는 2009년 하반기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학교에서 귀농체험을 한 후 경북 문경의 정토수련원에서 아내와 함께 100일간 출가해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전관예우'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그는 2010년 2월 고향으로 내려와 법무법인 청주로에 합류했다. 연봉 10억원이 보장된다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전관예우를 포기한 그의 귀향은 당시에도 법조계의 화제였다.

오 변호사의 글은 정치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결국은 '버릴수록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는 귀농을 염두에 두고 변산공동체에 참여해 배운 농사일, 불교수행을 통한 '내려 놓기 삶', 종이컵 안 쓰기와 같은 자연주의 실천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 있게 썼다.

사찰을 돌며 고학한 끝에 합격한 사법시험 준비과정, 연애감정을 일깨워준 속리산 터미널 매표소 여직원에 대한 구애 등 잔잔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소작농 아버지와 곡물 노점을 하느라 육거리시장, 미원장, 대전 유성장 5일장을 돌며 뒷바라지한 어머니 이야기도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한다. 청원군이 고향인 오 변호사는 세광고와 청주대를 졸업했다.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을 계기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을 했고, 부자연스러운 것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내 마음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가는 이야기를 썼다"며 "자연스러운 삶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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