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차기 함성만큼!
공차기 함성만큼!
  • 남성수 충북여고 교사
  • 승인 2006.06.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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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는 6·25와 같은 달에 들었다. 하나는 동족끼리 살상한 전쟁이지만, 다른 하나는 '우리 민족끼리'의 약속이고 포옹이다. 50년 만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여섯 돌이다.

지난해 남과 북·해외를 망라하여 출범한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지난해부터 6월 15일이 들어있는 주간을 '남북공동교육주간'으로 선포했다. 올해도 12일부터 17일까지 한반도의 유·초·중·고등학교에서는 민족화해를 가르친다. '공산 괴뢰도당'의 나라에서도 '미제의 식민지' 나라에서도, 이제 민족과 미래를 하나의 내용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혹자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그 시기의 정권적 차원에서 폄하하기도 하고, 이보다 심한 이들은 6·15공동선언을 폐기·취소를 주장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며 '좌파 청산'을 부르짖는다. 남북의 대표자가 합의하고 온 민족의 이름으로 열광하고, 이에 대해 한 쪽 당사자가 노벨상으로 국제적 평가를 받은 이것이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남쪽의 한 쪽에서는 이렇게 의견이 다른가.

다섯 조항 중 첫째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이다. '민족과 자주'에 서있는 사람의 정치적 색깔은 사실 보수고 우익이다. 그리고 '합리적 개인과 평등한 권익 보장'의 현주소는 좌파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색맹에다 주소도 없는 미아가 많은가.

다시 보자. 구체적인 항은 두 번째이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이다. 이는 실질적인 통일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1국가 2체제로 간다는 뜻이다. 이 역시 우리 사회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그저 '통일'이라면 그것은 남측 체제로의 흡수 통일이란 이해가 많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가난한 북한과는 우리가 손해이므로 '통일은 되어도 문제'라는 인식이 상당하다. 수구언론들의 반통일 논조 그대로이다.

그러나 서로 간의 부정은 결과가 비극임을 분단의 현대사가 그대로 증거한다. 증오의 세월은 60년으로도 너무 길고, 씻기지 않는 원한은 400만 명의 살육으로도 이 작은 나라에 이미 넘쳤다. 전쟁을 영구히 제거하기 위한 서로 간의 실체 인정을 하자는 이 합의는 너무도 당연한 상식일 뿐이다.

역사에서 우리는 아주 흔하고도 정확하게 현실을 본다. 외세가 우리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 관계는 있어도 그것이 절대일 수는 없다. 신라가 당나라에 기대어 삼국을 통일()하고서 우리 영토는 한반도로 오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항몽의 역사와 임진년, 정유년 난리 속에 오직 우리의 생존을 지켜낸 가치는 자주와 민족 아닌 적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 말 끝내 변절한 대석학 최남선은 광복을 맞아 "나는 이 나라가 이렇게 빨리 광복될 줄 몰랐다"고 했다. 현실은 인지상정, 달콤한 권력으로 쏠리게 되어 있다. 사소한 개인관계도 국제관계라는 것도 본질은 매일반이다. 그래서 현실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진정한 현실은 최남선의 '현실적 일본'이 아니라 역사적 현실에서 배워야 한다.

온 나라가 오늘도 공차는 놀이로 떠들썩하다. 바로 내일에 우리에게 선물이 될지 괴물이 될지 걱정스러운 '한·미 FTA협상'도, 오늘 광주의 6·15민족통일 대축전도 다 묻혀지는 듯 하다. 이 공차기의 함성만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떨쳐 일어나는 한반도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미래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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