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시대에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없다
우먼파워시대에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없다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1.11.0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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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남편을 병환으로 잃고 홀로된 문우가 있다. 슬픔도 잠시뿐 살아가야 할 일이 막막했던 그가 취직을 했단다. 모두들 축하하고 기뻐했다. 그에 반해 그렇게 직장을 구하려고 애태우며 3년간 발버둥치는 백수인 후배 남자가 있다. 정말 요즘 직장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4~50대는 능력이 있어도 발붙일 곳은 없다.  

최근 휴렛패커드(HP)가 맥 휘트먼을 최고경영자(CEO)로 긴급 영입한 데 이어 이번엔 IBM이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를 팔미사노 후임을 맡겼다. 특히 IBM은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를 선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컴퓨터 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이름을 날렸던 칼리 피오리나 역시 한때 실리콘밸리의 ‘여성 바람’을 주도했다. 최고경영자 수준에서만 여성 파워가 빛을 발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IT 시장 전반에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대체적인데, 얼마 전 끝난 서울시장 선거에 처음으로 나경원 여성 후보자가 출마했을 때도 여성의 위력을 입증했었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던 건 사실이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더 이상 없다. 이제 당당하고 솔직한 여성들이 환영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때 힐러리 클린턴 대세로 뜨면서 우먼파워가 급진전 되나 싶었으나 오바마에 밀리면서 그 위력이 사그라지는듯했으나 국무장관에 임명되고 현재도 여성파워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얼마 전 공군은 초음속 국산 고등훈련기(T-50)와 국산 공중통제기(KA-1)에 동승할 국민조종사 4명을 선발했는데 공모에 475명이 응모해 T-50 탑승자로 여성 2명과, KA-1 탑승자로 역시 여성이 선발돼 여성 3명으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1~3위를 차지했다. 여성이 비행기 조종사라니 예전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생계비용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이 그냥 집에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 된 것. 실직한 배우자의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여성들의 고유영역이던 헬스케어나 교육관련 직종은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남성들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건설, 제조업이 불황으로 큰 타격을 받은 때문이다. 남편 외벌이 줄고 여성 맞벌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은 협력한다. 태초부터 여성은 함께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데 익숙했다. 마을에서 함께 수확하고 이불을 만들 때도 공동 작업을 했다. 이런 문화적 관념들이 이어져 여성들은 화장실도 우르르 모여서 갈 정도다. 

클레어 십먼과 케이티 케이가 2009년 타임지에 쓴 ‘여성이 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그들은 “여성은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자요, 중재자이며 협력자다”라고 했다. 또 “여성들은 동기를 부여하는 등 소위 변형된 형태의 리더십을 구사해 최근 등장하고 있는 비계층적 조직구조에 보다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주의를 선호하는 여성들의 성향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남녀 호르몬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기회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이 좀 낮더라도 기꺼이 안전한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재조명되어 주목받고 있지만, 역사 속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하던 시절에 이들이 아무리 큰 업적을 남기고 활약을 했어도 잊힐 수밖에 없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지만, 이 여성들은 남성들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뤄냈으며, 마땅히 주목받아야 할 인물들이다. 신사임당, 천추태후, 기황후, 미실, 인수대비 한씨, 장희빈, 혜경궁 홍씨, 대주주 문희,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 소서노, 허황후, 선화공주, 원경왕후 민씨, 소현세자빈 강씨, 정난정, 나혜석, 어우동, 허난설헌, 임윤지당, 강완숙, 논개, 김만덕, 최용신 등 우리나라에도 수없이 많은 여성이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 실패와 성공 속에서 세상을 바꿨으나 역사 속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힌 여인들이다.

지금은 우먼파워시대,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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