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도서관에서
무지개 도서관에서
  • 이규정 <소설가>
  • 승인 2011.10.3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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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려고 샤워장으로 들어섰다. 벌거벗은 몸뚱이에 비누칠을 하는데 갑자기 시큰거리는 눈망울이 따가웠다. 무엇이 들어갔는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샤워장에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동료들이 도와주어서야 시큰거리는 눈망울을 씻어 내렸다. 다행히 눈망울이 벌어지는 샤워장에서 나왔지만 시큰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퇴근을 하면서도 시큰거리는 눈망울이 걱정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야 안약을 넣었더니 통증이 가라앉았다. 이제야 살았다고 안도하는 한숨을 몰아쉬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쑥 무지개 도서관이 떠올랐다.

언젠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지개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전미진 시인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무지개 도서관 이야기를 듣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샤워장에서 적잖은 고생을 하고서야 남다르게 느껴지는 무지개 도서관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한동안이나 홈페이지를 훑어보면서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비장애인도 살기 힘든 시대에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장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시각장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겠는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장애가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돕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를 돕겠다고 나서기는커녕 하찮은 관심조차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거기에 나 또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좋은 것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오늘에서 훑어보는 무지개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의 정보문화 접근성 확보와 생활향상을 위해서 운영되는 곳이었다. 점자와 음성으로 녹음하는 도서를 발간하고 대여하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연구하고 실천하는 복지센터였다.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시각장애인의 정서순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라도 쉬운 것이 없다. 우선 점자책을 발간하고 음성으로 녹음하는 도서를 출간하고 대여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제법이나 많았다. 시인보다 낭송가로 알려진 전미진 시인이 또한 시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분이시다. 낭송도서와 점자 도서를 출간하는 것은 물론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는 것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장애인들의 생활향상을 위해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동양인의 미덕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있어야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하찮은 재물이나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을 배려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에게 밝은 햇살처럼 눈이 되어 주고 정다운 벗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세상임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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