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딛고 '희망의 스매싱'
소아마비 딛고 '희망의 스매싱'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10.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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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이근우씨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양쪽 다리가 불편한 이근우씨(42·여·옥천군 군북면)는 녹색 테이블과 2.7g의 탁구공, 그리고 힘차게 쥔 탁구라켓으로 일반인보다 더 큰 꿈과 희망을 일구어 내고 있다.

목발에 의지해 생활할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탁구는 그에게 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유일한 활력소였다.

양쪽 모두 병을 앓았지만, 더 많이 불편한 왼쪽다리로는 경기를 나간다는 생각은 꿈으로만 꾸고 있었고, 전화 교환일에만 열중하면서 그저 혼자만의 운동으로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터였다.

1988년 서울에서 열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회에 출전의 기회가 닿았지만, 자신의 처지와 용기가 나질 않아 출전을 포기했다가 2006년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고, 다른 장애인들을 대표해서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녀는 대전지역 장애인탁구협회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운동을 체계적으로 시작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마침내 지난 2006년 장애인국가대표에 선발(상비군)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개인자격으로 각종 대회에 나가야만 했고, 경기를 위해 이동을 할 때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 몸으로 힘겹게 이동해야만 했고, 교통비 등 소요경비도 충당하기 어려웠다.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국가대표 장애인선수에 발탁됐고, 올 12월 대전시가 처음 창단하는 장애인탁구팀 입단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경남 거창군에서 열린 제31회 장애인전국체육대회 탁구경기에서 당당하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물론 단체전 동메달의 주역이 됐다.

이씨는 이에 앞서 지난해 대전에서 열렸던 제30회 장애인전국체전에서도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과 2009년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 등을 따내며 굵직한 승부를 걸어 왔다.

"혼자 운동을 하다 보면 힘이 많이 들지만 열심히 운동에 전념해 내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꿈"이라는 이씨는 오늘도 깃털만큼이나 가벼운 몸으로 2.7g의 탁구공에 희망을 담아내는 스매싱을 하고 있다.

요즘 이씨는 다음달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타이완대회, 그리고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시합을 위해 하루 8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새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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