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71>
궁보무사 <7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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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부용아씨의 복수
“이보게, 아우. 강치 아우, 미안하네. 아우의 속사정이 그렇게 딱하고 또 억울한 줄 이제야 알았으니….

율량은 바둑판 위에 엎드린 채 정신없이 울고 있는 강치의 등을 부드럽게 손으로 토닥거려주다가 천천히 이렇게 다시 말을 이었다.

“강치! 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떠한가. 이게 제법 적절한 해결책일 것도 같으니.”

“네에? 뭐, 뭐를 말이옵니까.”

강치가 갑자기 두 귀가 솔깃해지는지 숙였던 얼굴을 발끈 쳐들고 물었다.

“자네가 나와 내기 바둑을 한판 둬가지고 만약 자네가 나를 이긴다면 내가 황금 덩어리를 한 개 주도록 하겠네. 그러면 자네가 그걸 따가지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 봄이 어떠할는지.”

“하, 하지만……. 저는 지금 가진 것이라곤 잘 나빠진 두 쪽뿐인뎁쇼.”

강치가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한 번 해봅세. 만약 자네와 내가 내기 바둑을 한 판 두어서 내가 진다면 나는 즉석에서 이런 황금 덩어리 한 개를 자네에게 냉큼 건네줄 것이요, 만약 자네가 내게 진다면 자네는 나에게 천하일색 미녀 하나를 선물해 주는 것이…….”

율량은 이렇게 말하며 부용아씨에게 받았던 황금덩이를 소매춤 속에서 살짝 꺼내보이고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네에, 아-아! 그, 그거 참으로 좋은 의견이옵니다. 당, 당장이라도 해 보심이…….”

강치는 율량이 잠시 꺼내 들어보인 황금덩어리를 보자마자 두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는지 크게 반색을 하며 바둑돌을 얼른 한움큼 쥐어잡았다. 곧이어 두 사람의 바둑이 시작되었지만, 그러나 강치가 너무 흥분을 해서 급히 서두르는 탓에 흑대마(黑大馬)가 초반에 잡혀버렸고, 이 바람에 계가조차 해보지도 못한 채 아주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허허허……. 이거 참, 내가 일부러 져줄 수도 없는 일이고……. 아무튼 아우님께서는 대단히 아쉽게 되었구먼.”

율량이 바둑판 위의 돌들을 흑돌과 백돌로 가려서 바둑통 속에 각각 쓸어 담으며 아주 기분 좋은 듯이 말했다. 바둑을 크게 지고 난 강치는 뒷맛이 몹시 씁쓰름했던지 잠시 빈 입맛만 쩝쩝거려댔다. 그러다가 강치는 뭔가 다시 결심을 한 듯 율량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대신님. 어쨌든 간에 제가 패배를 하였으니 깨끗이 승복하겠사옵니다. 그러면 제가 반드시 천하일색 미녀를 구해가지고 대신님께 곧바로…….”

“아, 잠깐. 나는 말일세.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의 미모보다 그 몸매나 잠자리 기술 따위 등을 더 높이 사는 편이라네. 자네는 이 점을 반드시 참조해 주시게나.”

율량이 두 손을 가볍게 앞으로 내저어 보이며 말했다.

“네에? 아, 아니. 그, 그게 무슨….”

강치는 짐짓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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