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8>
궁보무사 <4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한벌성주의 고민
팔결성주 오근장은 그 당시 물불을 가릴 수가 없을 정도로 몹시 화가 나긴 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싸가지 없는 어린 아내(부용아씨)에게 혹독한 벌을 내려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우선 젖먹이 아들이 크게 걱정되었고, 이 일로 인하여 혹시라도 한벌성과의 관계가 악화되지나 않을까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아내가 비록 몹쓸 짓을 크게 저지르긴 했어도 내가 재빨리 뛰어나오는 바람에 다행히 진짜 사고가 벌어지지는 않았어! 그리고, 사실 냉정히 따져보면 내가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일부러 유도를 한 면도 없지 않은가? 만약 아내가 자기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내게 용서를 빌어 온다면 나는 그냥 못 이기는 체하며 받아줘야지. 물론 다시는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두고 말이야.’

오근장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자기 아내가 용서를 빌어오기만을 은근히 기다렸다. 하지만 부용아씨는 어찌나 성질이 독했던지 온몸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미안하다 혹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조차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에 몸이 바짝 달아오른 사람은 엉뚱하게 팔결성주 오근장 그 자신이었다.

친 누이를 꽁꽁 묶여있는 부용아씨에게로 몰래 보내어 성주님께 용서를 한번 구해보도록 넌지시 권유를 하게 해보았으나 부용아씨는 요지부동, 한마디로 막무가내였다.

‘흥! 내가 재수 없어서 이렇게 되었을 뿐이지, 제까짓 놈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또 깨끗하다고 내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 내 숨통이 끊어지고 죽으면 죽었지 난 절대로 사과 못해!’

너무나 완강하게 버티는 부용아씨의 태도에 팔결성주 오근장을 비롯하여 가까운 그의 친지들은 기가 찬 듯 그저 혀만 내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이 참으로 묘하게 꼬여지기 시작하였다.

한벌성에서 부용아씨를 모시고 팔결성에까지 따라와 시중을 들고 있던 시녀 하나가 이런 와중에 몰래 팔결성을 빠져나가 미호강물을 헤엄쳐 건너가서 한벌성으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그 시녀는 원인제공을 했던 부용아씨의 행위 얘기 따위는 아예 쏙 빼놓은 채 단지 부용아씨가 팔결성주의 미움을 받아 온몸이 결박된 상태로 벽장 속에 갇혀있다는 얘기만을 한벌성주에게 고하였다.

이를 듣고 한벌성주는 크게 노했다.

“아니, 감히 내 딸에게 그런 욕을 보이다니!”

이 사실을 알게 된 한벌성 사람들 역시 크게 분개했다.

‘예쁘고 착하고 조신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부용아씨에게 감히 그런 몹쓸 짓을 행하다니…….’

분노에 찬 한벌성 사람들은 마침 성 안에 곡식을 가지고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던 팔결성 사람들에게 떼거지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마구 때리고 발로 차고 심지어 칼로 푹푹 찔려 죽이기까지 하였다.

전혀 상상조차도 하지 못할 정도로 사태가 아주 심각하게 돌아가자 팔결성주 오근장은 크게 놀랐다.

“성주님!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지고 말겠습니다. 어서 빨리 믿을만한 사람을 한벌성으로 보내시어 한벌성주님께 자초지종을 자세히 말씀드린 후 오해를 풀도록 하십시오.”

충실한 어느 노(老) 대신이 팔결성주 오근장을 찾아와 이렇게 급히 아뢰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