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6>
궁보무사 <4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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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벌성주의 고민
“아무리 색을 밝혀도 그렇지, 설마하니 애를 낳아 키우는 여자가 감히 그런 짓을 할 리가.”

오근장은 처음엔 도무지 이를 믿지 않으려고 하는 눈치였었다. 그러나 한 사람, 두 사람,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귀띔을 은밀히 해오곤하니 오근장은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고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 더욱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전처 소생 아들들과도 골고루 관계를 맺었다는 충격적인 얘기까지 듣게 된 오근장은 도저히 그냥 참고 지나쳐버릴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나 제아무리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지라도 확실한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해서 이를 직접 물어보거나 망신을 줘가며 억지로 알아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떡두꺼비 같은 자기 아들을 낳아준 데다가 한벌성주의 귀하디귀한 외동딸이 아니던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한참 생각해보던 오근장은 마침내 한가지 꾀를 내었다.

먼 지방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온 젊고 아주 잘 생긴 남자 노예를 깨끗이 목욕시키고 채색 비단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과일 접시를 들고 슬그머니 부용아씨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때 침대 위에 앉아 아기 젖을 물리고 있던 부용아씨는 갑자기 잘 생긴 사내가 방안으로 불쑥 들어왔다가 과일 접시를 내려놓고 나가자 처음엔 흠칫 놀라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었다.

‘허허! 그러면 그렇지. 설마하니 저렇게 젖을 먹여가며 아기를 키우는 여자가 색을 밝히려고……. 으음…….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내가 들어왔던 것들이 말짱 헛소문이었잖아!’

병풍 뒤에 몰래 숨어서 이를 지켜보았던 성주 오근장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러나 단 한번만 확인해보고 끝을 낸다는 것은 어쩐지 뭔가 좀 허전하고 섭섭한 감이 드는 듯하여 그 다음날도 똑같은 방식으로 그 잘 생긴 젊은 노예를 아내(부용아씨) 방으로 들여보냈다. 오근장은 이번 딱 한번만 더 시험해 보고나서 자기 아내에 대한 모든 불신 따위들을 아예 깨끗이 잊어버릴 생각이었다.

젊은 노예가 어제처럼 과일 접시를 침상 옆에 내려놓고 정중히 인사를 올린 뒤 막 물러가려할 때에 아기 젖을 물리고 있던 부용아씨가 갑자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놈아.”

젊은 노예는 나가려다 말고 얼른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 놈아! 그냥 가면 어떻게 하니?”

부용아씨가 웬일인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네에?”

젊은 노예는 무슨 영문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병풍 뒤에서 가만히 숨을 죽여가며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오근장은 일순 긴장하였다.

“호호호……. 얼굴이 빤질빤질하게 생겨먹은 걸로 보아하니 평소에 여자깨나 후렸을 것 같은데……. 너 그 잘난 솜씨좀 내게 보여줄래.”

부용아씨가 침대에 앉아 여전히 아기 젖을 물린 채 요사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살살 흘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온지?”

“이 자식아! 여자가 뭘 좀 해달라고 말을 꼭 해야만 하겠어. 사내자식이라면 대충 감을 잡고 얼른 알아서 행동을 취하던가 해야지. 자, 이리 와봐!”

부용아씨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두 무릎 위에 걸치고 있던 비단이불을 확 젖혀버렸다. 그러자 백옥(白玉) 같이 희고 탐스러운 부용아씨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물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알몸 상태였다.

부용아씨는 사뭇 협박조로 젊은 노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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