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5>
궁보무사 <4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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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벌성주의 고민
“아, 그만들 하게, 이미 내 결심이 섰으니. 내 딸아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한벌성을 위해서라도 팔결성주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좋겠소.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마시오.”

마침내 한벌성주는 팔결성에 사람을 보내어 자기 딸의 청혼 문제를 정식으로 얘기하였고, 이를 마다할 리가 없는 팔결성주 오근장은 입이 쩍 벌어져가지고 당장 그리 하겠노라며 감사의 뜻을 보내왔다.

우리 딸을 어떻게 그런 늙은이한테 시집보낼 수 있느냐며 한벌성주의 아내는 울며불며 생난리를 치긴 했지만, 그러나 모든 것이 이미 약속되어 있는 터라 어쩔 수없이 부용아씨는 팔결성주 오근장에게 시집을 가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어쨌거나 부용아씨가 팔결성주에게 시집을 간 2년 동안은 행복했었고, 이 바람에 한벌성 사람들과 팔결성 사람들은 서로 사돈지간이라하여 사이가 매우 좋고 거래가 활발하였다.

게다가 부용아씨는 시집을 간지 꼭 1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덜컥 낳아놓으니 팔결성주 오근장의 기쁨은 실로 대단하였고, 따라서 그녀를 더욱더 애지중지 사랑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이 있고, 또 집에서 깨진 바가지가 밖으로 나갔다고해서 온전한 바가지 구실을 할리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처음엔 마치 춘삼월 독이 바짝 오른 살모사 암컷 수컷처럼 늘 붙어가지고 질퍽하게 놀아댔던 이 늙은 색남(色男)과 어린 색녀(色女)는 맛있는 음식도 자꾸만 먹으면 물리고 질리게 되듯이 상대의 몸에 대해 점차로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따라서 제각각 본색을 서서히 드러드러내고야 말았다.

먼저 남자인 팔결성주 오근장이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추수때마다 곳간이 미져 터질 만큼 가득 쌓여 있는 곡물들을 주체할 길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오근장은 신하들의 의견에 따라 이곳저곳 성을 돌아다니며 헐값에라도 마구 내다 팔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거금을 마련한 성주 오근장은 닥치는 대로 미녀(美女)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하룻밤이 짧다하며 이 미녀들과 더불어 오근장은 질퍽한 놀음을 밤새껏 즐기곤 하였으니, 이런 방면에 거의 도(道)가 트이다시피 한 부용아씨가 이런 낌새를 못 알아챌 리 없었다.

‘흥! 제깐 놈이 바람을 피우는데 나라고해서 바람을 왜 못 피워?’

그러잖아도 요즘 젖먹이 아들을 키우느라 아랫도리가 항상 근질근질거리고 있는 걸 꾹꾹 눌러가며 참고 지내던 부용아씨에겐 이 보다 더 좋은 구실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엽색 행각에 들어갔다. 평소 자기 맘에 두고 있던 가까운 경비 무사들부터 시작을 하여 마부, 청소부, 심지어 자기 나이랑 엇비슷해 보이는 전처소생의 아들들까지 망라하여 좌우간 남자 구실을 할 만한 대상이라면 그 신분이나 숫자 나이 등등을 전혀 따지지 않고 유혹해댔다.

이렇게 부용아씨가 닥치는 대로 남자들을 두루두루 섭렵해나가니 이런 사실이 성주 오근장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부용아씨, 나지막한 목소리로 "야!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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