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4>
궁보무사 <4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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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벌성주의 고민
“으응!”

“팔결성주 오근장.”

“오근장이라고.”

율량 대신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팔결성주 오근장이라고하면 육척오촌이 넘는 큰 키에 앉은 자리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각각 다섯 근(五斤)과 한말들이 술을 통째로 들이 마신다는 거한이 아닌가?”

한벌성주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나와 비슷한 40대 중반쯤 되는 나이에 재작년 상처(喪妻)를 한 홀아비이고…….”

“맞습니다.”

“소문으로 듣자하니 그 자는 색(色)이 너무 강하기에 잠자리에서 서너명의 여자를 동시에 상대해야만 하고……. 이게 모두 사실인가?”

“네, 사실이옵니다.”

율량대신은 한벌성주의 거듭된 물음에 아주 시원스럽게 대답하였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색을 밝히는 바람둥이 늙은이에게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의 내 어린 딸자식을 시집보내라는 건가.”

갑자기 한벌성주가 도끼눈을 치뜨며 율량대신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팔결성주 오근장은 자기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어린 부용아씨를 후처로 맞이하면 남달리 보살펴주고 극진히 대우해 줄 것이옵니다. 게다가 팔결성은 우리 한벌성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기에 항상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되고 있는 바, 이 기회에 서로 사돈 관계를 맺게 된다면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게 될 뿐더러 이로 말미암아 두 성(城) 안 백성들이 맘 놓고 생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니 이 어찌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으흠흠…….”

한벌성주는 율량대신의 말에 퍽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대신이 발끈 성을 내며 말했다.

“성주님! 그건 절대로 아니 될 말이옵니다. 원래 팔결성은 미호강물을 끼고 넓게 펼쳐져 있는 오창이라는 기름진 평야지대를 갖고 있기에 맛 좋고 질이 좋은 곡식들이 많이 생산되어 식량이 항상 넉넉할 뿐더러 성내 백성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잘 먹어 체격이 좋고 힘이 모두 셉니다. 다만 저들이 우리 한벌성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인구수가 월등히 적다는 것 한가지 뿐이온데, 장차 주변의 성(城)들을 모두 정복하여 나라(國)를 세우고자 하는 야심찬 꿈을 갖고 있는 팔결성주는 언젠가 인구를 대폭 늘리고 군사를 조련하여 우리 한벌성을 치러오고야 말 것이옵니다. 이런 사실은 나이 어린 삼척동자일지라도 다 알고 있을진대 지금 부용아씨를 그에게 시집보낸다는 것은 우리가 인질 하나를 미리 보내주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저지르는 짓이 아니겠습니까?”

“어허! 그러니까 우리가 팔결성과 우의를 돈독하게 하기 위하여 미리 사돈을 맺어두자는 것이 아니오? 만약 부용아씨가 팔결성주에게 시집을 가서 아들이라도 하나 낳아주면 장차 팔결성도 우리 한벌성의 소유가 될 것이고…….”

“어허! 무슨 달콤한 꿈을 그렇게 꾸는가? 팔결성주의 죽은 본처가 낳아놓은 아들이 다섯이나 되고, 그 외 후실에게서 얻은 아들만 하더라도 꽤 여럿 된다는데…….”

“어쨌거나 그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거요. 자칫하다간 오히려 엉뚱한 화를 자초할 수도 있을 것이니…….”

“어허! 무슨 소리인가. 세상에 자기 친정아버지를 치도록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딸자식이 어디에 있는가. ”

대신들이 이렇게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가며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고 있자 그때 한벌성주는 마침내 결심한 듯 좌중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부용아씨는 팔결성주 오근장에게 시집을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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