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2>
궁보무사 <4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한벌성주의 고민
지금 내전(內殿) 안으로 들어가는 큰대문 앞에서 궁보가 어서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율량 대신은 시간이 점점 지나갈 수록 초조해지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상하다. 지금 쯤이면 저 내전 안에도 성주님이 돌아오셨다는 전갈이 충분히 전해졌을 터인데 아까 들어간 궁보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니……. 가, 가만있자……. 그럼 혹시 뒷문을 통해서 몰래 빠져나가게 한 건 아닐까. 아,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부용아씨는 여간 영악스러운 여자가 아니니 미리 준비해놓은 뒷문으로……. 그러나 어쨌든 시간을 좀 더 벌어주기 위해 내가 만약 성주님을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이라도 더 늦게 내전 안으로 들어가시도록 해야지. 현재로선 그것이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자 유일한 수단일 뿐. 허허! 그나저나 이제 앞으로가 큰 걱정이로구나. 설마하니 그 발정난 조그만 암캐 같은 것이 집채만큼 커다란 궁보를 노리고 있었을 줄이야!’

율량대신은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운 듯 서 있는 두 발을 하릴없이 동동 굴러댔다.

지금 그의 두 눈 앞에는 과거 성주의 딸 부용아씨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이 환하게 펼쳐지 듯 떠오르고 있었다.

부용아씨, 그녀는 그냥 겉으로 보기엔 귀엽고 청순하고 천진난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요조숙녀(窈窕淑女)였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 감추어져 있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 어느 누구든지 깜짝 놀라 혀를 크게 내두르고 말리라.

한벌성주 부부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 무남독녀 외딸로 태어난 그녀는 한마디로 말해 보기 드문 색녀(色女)였다.

사춘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녀는 자기를 따라다니며 신변을 보호해주는 호위무사건 성(城)을 지키는 경비 병사이건, 심지어 막일을 하는 일꾼이건 청소부이건 간에 남자라면 전혀 가리지를 않고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퍼붓곤 하였다.

만약 그녀의 신분을 눈치 챈 남자들이 벌벌 떨며 거절을 하더라도 그녀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칼을 꺼내들어 위협을 한다던가 아니면 달콤한 말과 부드러운 표정 등등으로 유혹을 하여 기어이 음욕(淫慾)을 채우곤 하였는데, 이 바람에 ‘성주의 딸’을 함부로 건드렸다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남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성주 내외는 처음엔 자기 딸이 너무나 예쁜 나머지 그녀를 탐하는 치한들이 많은 것이리라 지레 짐작을 하는 등 딸의 입장을 적극 옹호해주었으나, 점점 그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어쩔 수없이 자기 딸에 대해 뭔가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몰래 미행을 한 끝에, 자기 딸이 칼을 직접 들이대가면서까지 성안에 있는 젊은 남자들을 억지로 데려다가 욕심을 채워버리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엿보고 나서야 성주 내외는 일이 보통 심각하지 않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 아, 이를 어찌할 것인가.

가만 놔두자니 성 안에 있는 젊은 사내들의 씨가 마를 것이요, 그렇다고 천금 같이 귀한 자기 딸을 엄하게 벌을 줄 수도 없는 일이고…….

크게 난감해진 성주는 뜻이 맞는 몇몇 대신들을 불러 이에 대해 좋은 의견을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부용아씨를 빨리 시집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시집가서 애를 낳고 자식들을 키우다보면 자연히 색(色)에 대해 멀리하게 될 것이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로선 아씨를 빨리 시집보내시는 것이 최선책으로서…….”

그 당시 모였던 대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율량曰 "성주님! 아주 좋은 수가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