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41>
궁보무사 <4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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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용아씨
궁보는 부용아씨의 무서운 두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겁이 덜컥 난 듯 그 커다란 몸을 잠시 움찔거렸다.

“이 자식. 이 무지랭이 같은 자식! 내 너를 그냥 곱게 보내주면 아예 여자도 아니다. 자, 일어서! 당장.”

부용아씨는 궁보의 그것을 여전히 손으로 잡아 쥔 채 앉아 있던 침대 위에서 발딱 일어났다.

“아야야야.”

궁보는 자기 몸에서 뭔가가 확 뽑혀지는 듯 진한 아픔을 느끼며 어쩔 수없이 함께 따라 일어났다.

“이 자식, 미녀 앞에서 그걸 제대로 세울 줄도 모르는 주제에……. 너 각오해라.”

부용아씨는 독살 맞은 목소리로 이렇게 내뱉듯이 말을 하고 나더니 입을 딱 벌렸다. 대충 보아하니 궁보의 그것을 되는 대로 자기 입안에 집어넣고 그냥 확 물어뜯어버릴 기세였다.

바로 이때, 방문이 활짝 열려지더니 아까 궁보가 들어올 때 안내해 주었던 시녀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아씨!”

“뭐 뭐야? 이 계집애가.”

그러잖아도 독이 잔뜩 올라있던 부용아씨의 두 눈이 무섭게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궁보의 그것을 잡아 쥐고 있던 손을 얼른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두 손을 번쩍 치켜올리더니 방금 뛰어들어온 시녀의 얼굴을 다짜고짜 할퀴고 깨물고 주먹으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아우, 우욱-.’

시녀는 부용아씨가 별안간 손톱으로 할퀴고 때리자 피하거나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다.

곧이어 그녀의 고운 얼굴이 부용아씨의 날카로운 손톱에 찢겨지고 코피가 터지고 주먹으로 얻어맞은 그녀의 한쪽 눈에는 시퍼런 멍까지 들고 말았다.

이것은 옆에 있던 궁보가 미처 손을 쓰거나 뭐라고 한마디해가며 말려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 웬 일이야.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뛰어 들어와서 방정을 떨어.”

부용아씨가 이제 분이 조금 풀렸는지 숨소리를 쌕쌕 내가며 시녀에게 물었다.

얼굴이 온통 피범벅으로 되어진 시녀가 간신히 아픔을 참아가며 대답했다.

“성주님께서 지금 막 성안으로 들어오셨답니다.”

“뭐? 뭐라고, 벌써.”

부용아씨는 성주인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부용아씨는 시녀에게 다시 소리쳤다.

“이 녀석을 뒷문으로 빨리 내보내. 어서. 당장.”

궁보는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시녀가 안내하는 대로 허둥지둥 뒷문을 통해 급히 빠져나갔다.

율량대신은 서있는 두 발을 동동 굴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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