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9>
궁보무사 <3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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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용아씨
“가만있어봐! 지금부터 아주 재미있을 거니까.”

부용아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은 궁보의 그것을 한 손으로 가만히 거머쥔 채 앞으로 나긋나긋 걸어 나갔다.

“아앗! 아니 왜 이래요? 왜 이래요?”

궁보는 남자의 중요한 급소가 꽉 잡혀져있으니 마치 코뚜레가 꿰어진 황소처럼 그녀가 잡아끄는 대로 어쩔 수없이 부자연스럽게 어정거리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오호호호! 어때? 재미있지?”

환한 웃음을 띤 부용아씨가 고개를 위로 살짝 치켜들며 궁보에게 물었다.

“아, 재미있을게 따로 있지 이런 게 뭐가 재미있어요? 세상에, 여자가 머리 위에 물동이 같은 거나 올려놓는 거지 남자 이런 걸 올려놓고 걸어가면 어떻게 해요? 아씨! 빨리 놔 주세요. 창피해 죽겠어요.”

궁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온통 시뻘겋게 달구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머머! 정말로 참 희한한 놈이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이거 크기가 별 차이 없잖아?”

부용아씨는 자기 머리 위에 얹어놓았던 궁보의 물건을 두 손으로 잡아 자기 한쪽 어깨위에 살짝 걸치듯이 내려놓고 곁눈질해서 살펴보고나더니 이번엔 아예 쭉쭉 잡아 뽑듯이 끌어잡아 당기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구구구! 제발 그만 해주세요! 자칫하다가 그게 그냥 생짜로 뽑혀지겠네요!”

궁보는 어쩔 수없이 또다시 질질 끌려 다니며 부용아씨에게 통사정을 해댔다.

그러나 부용아씨는 궁보가 뭐라고 사정을 하건 말건 간에 제멋대로 그것을 잡아끌고 다녔다. 이렇게 궁보의 것을 손으로 잡아 쥔 채 널찍한 방안을 마치 휘젓다시피 돌아다니던 부용아씨는 힘에 부치는지 침대로 다가가서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구구구…….”

궁보는 온통 우거지상을 지으며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았다.

천하장사가 부럽지 않을 만큼 엄청난 뚝심을 지닌 궁보였지만 이렇게 사내의 가장 중요한 급소를 완벽하게 제압당하고보니 지극히 별 볼일 없이 질질 끌려 다니는 신세에 다름 아니었다.

“왜, 떫으냐? 기분이 나뻐?”

부용아씨가 여전히 궁보의 그것을 거머잡아 쥔 채로 인상을 팍 찡그리며 물어왔다.

“아, 당연히 기분이야 나쁘지요. 세상에 여자한테 그걸 쥐어 잡혀가지고 강아지처럼 질질 끌려 다녔는데 기분 좋을 게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궁보가 잔뜩 볼이 멘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딱 멈췄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래, 사실이 어떻다는 거야?”

부용아씨는 궁보의 다음 말이 자기에게 별로 이롭지 않은 것이라고 지레짐작 했음인지 매서운 눈으로 잡아먹을 듯이 궁보를 노려보며 물었다.

“저어, 사실을 말하자면…….”

궁보는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부용아씨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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