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용아씨
“네? 제가요. 뭐를요.” “네가 아까 봤었잖아? 내가 몰래 앉아서 소변보는 걸……. 흥! 내가 모를 줄 알았니.”
“아유, 그 그건 정말로 피치 못할 일이었어요. 우연히 제가 고개를 돌리다가 그만…….”
궁보는 아까 월곡사부와 검술 수련장에 함께 있었을 때 담장 너머로 부용아씨가 두 시녀 틈사이에 쭈그리고 앉아 뭔가 볼일을 봤던 걸 문득 기억해 내고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이 자식아! 그것 봐, 어쨌든 네가 봤던 건 사실이잖아.”
“그 그건 제가 어쩔 수 없이 본 것 뿐이라니까요. 정말이에요. 제발 절 믿어주세요.”
마침내 궁보가 두 손을 싹싹 빌어대면서 부용아씨에게 통사정을 했다. 어느새 궁보의 커다란 얼굴은 겁에 바짝 질린 나머지 아주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음, 그래……. 기왕에 본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우리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네 놈 것 좀 잠깐 보자꾸나.”
“네에?”
궁보는 뚱딴지같은 부용아씨의 이런 제의에 크게 놀란 듯 두 눈을 번쩍 떴다.
“이 자식아! 뭘 그렇게 놀라. 네가 내 것을 본 것만큼 내가 네 것을 좀 보자는데.”
부용아씨가 여전히 궁보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아, 아니 그, 그래도…….”
궁보는 도무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저 덜덜 떨고만 있었다.
“으흥흥……. 네가 한벌성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서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가본데, 남자나 여자나 상대방 그걸 몰래 훔쳐보다가 만약 들키게 되면 한쪽 눈알을 쏙 빼버리게 되어 있어.”
“네에, 눈 눈알을 뽑아요.”
궁보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후후후……. 만약에 눈알이 뽑히기 싫거든 그 대신 자기 것을 상대방에게 꺼내보여주기만 하면 돼. 자, 어떻게 할래. 잘못한 죄로 네 한쪽 눈알을 뽑힐래. 아니면 네 걸 내게 잠깐 보여줄래?”
부용아씨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려는 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가며 다시 물었다.
“아, 아이구! 그, 그냥 제꺼 보여드리고 말래요.”
“그럼, 어서 보여줘.”
부용아씨가 조그만 두 눈알을 쥐새끼 눈알처럼 반들거려가며 얼른 재촉했다.
부용아씨는 썩 잘생긴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작다보니 그런대로 귀염성이 꽤나 있어 보였다.
궁보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지금으로선 도저히 어쩔 수가 없겠다는 듯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고나더니 바지춤을 살짝 내렸다가 얼른 다시 올려버렸다.
“어머머, 아니 이 자식아. 그렇게 빨리 감춰?”
부용아씨가 소리쳤다.
“아 어쨌든 보시긴 보셨잖아요?”
궁보가 잔뜩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뭐 이런 숙맥같은 남자가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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