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35>
[궁보무사]궁보무사 <3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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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용아씨
율량대신과 헤어져 저 혼자 내전(內殿) 깊숙이 들어간 궁보는 부용아씨를 직접 모시는 시녀의 안내를 받아 어느 크고 널찍한 방안으로 또 들어갔다.

방 안에는 여기저기 번쩍거리는 금은(金銀) 보배 장식들과 꽤나 멋있어 보이는 도자기들이 볼품으로 즐비하게 놓여있었고, 사방 주위는 예쁜 새와 아름다운 꽃을 그려넣은 병풍들이 둘러쳐져 있는 등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흙냄새를 맡아가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자연 속에서 늘 생활해왔던 궁보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칵칵 막혀질 지경이었다.

‘아! 아!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아간다지.’

궁보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답답증이 느껴지는지 기지개를 살짝 켜며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았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 천장이 그나마 높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키가 큰 궁보는 꼼짝없이 몸을 웅크리게 되어 지금보다 더 심한 갑갑증을 느끼게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이때, 부용 아씨를 모시는 또 다른 시녀가 해맑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사뿐사뿐 궁보 앞으로 다가와 맑고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궁보님, 저기 저방 안으로 들어가 보시겠어요?”

시녀가 예쁜 손을 들어가지고 어느 방문을 가리켜 보았다.

그 방문 앞에는 호화로운 자개 장식들이 붙어 있어서 척 보기에도 상당히 지체가 높은 사람이 기거하는 방임을 알 수 있었다.

“저 안에 성주님이 계세요.”

궁보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호호호…….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시녀는 예쁜 미소를 다시 한번 입가에 활짝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궁보는 여전히 긴장된 모습으로 시녀가 가리켜준 방 문 앞으로 다가갔다.

모든 것들을 크고 널찍하게 만들어놓았기에 몸집이 커다란 궁보가 문을 열고 들어서기에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궁보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갑자기 화아∼ 하는 박하 냄새 비슷한 향내가 그의 코끝을 찔러왔다.

“으으응?”

궁보는 갑자기 두 눈을 번쩍 크게 떴다.

약간 어둠침침하면서도 온통 붉은 색으로 치장이 되어진 방 안에는 커다란 침대가 가로 놓여 있는데 바로 그 침대 위에는 웬 자그마한 젊은 여자가 잠자리 날개 같이 얇은 옷을 대강 걸친 채 아주 요염스런 자세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용아씨!

바로 이 조그만 젊은 여자가 아까 보았던 성주의 딸 부용아씨임을 궁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궁보는 잠시 쭈삣거리다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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