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궁보의 적들
수곡, 지금 옥산과 월곡을 가만히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자는 봉술의 달인 수곡이었다. 한벌성에 처음 들어온 궁보를 함부로 얕잡아보고 겁 없이 덤벼들었다가 큰 코를 다친 바 있었던 호밀 장사와 의형제라는 무사 수곡.
그 역시 궁보에게 걸려 본의 아니게 망신당했던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터였다.
월곡과 옥산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곡, 웬일로 여기에….”
월곡이 물었다.
수곡은 대답대신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가볍게 몇 번 내저어 보였다.
“그래, 호밀 형님 몸은 어떻소? 괜찮겠소?”
옥산이 물었다.
“어허! 괜찮을 리가 있겠소? 커다란 황소 밑에 깔렸던거나 매한가지인데……. 왼쪽 팔뼈가 완전히 으스러지듯이 부러져버려 이제 다시는 호밀 형님께서 힘을 쓸 수가 없게 될 것 같소이다.”
수곡이 길게 한숨을 몰아 내쉬며 대답했다.
“아니, 지금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 건지.”
월곡은 두 사람이 떠드는 소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옥산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 밖에서 사냥을 마치고 어젯밤 늦게 한벌 성안으로 들어왔다가 오늘 아침 일찍 율량 대신의 부름을 받고 궁보를 만났으니, 어제 낮에 한바탕 벌어졌던 소동을 월곡이 알 리 없었다.
옥산은 이런 월곡에게 어제 낮에 벌어졌던 일들을 대강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옥산의 말을 다 듣고 난 월곡은 그제야 비로소 자기가 궁보에게 행했던 일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가소로운 짓이었는지를 알아채는 눈치였다.
“수곡, 그나저나 놈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대체 그게 뭐요? 우리 그것 좀 들어봅시다.”
옥산이 물었다.
“으음음, 호밀 형님께서 무참하게 다친 것을 보고 내가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줄곧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 봤소. 어떻게 하면 그 산더미만큼 커다란 놈을 효과적으로 따끔하게 혼을 내줄 수 있을까하고……. 그러다가 마침내 좋은 방법 몇 가지를 내가 생각해냈소이다. 으흐흐흐…….”
수곡은 이렇게 말하고는 잔인스런 미소를 입가에 띠어보았다.
“그게 뭐요?”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월곡과 옥산은 무척 궁금한 듯 동시에 물었다.
"치사해 보일지 모르지만 편법을 써야만 할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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