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26>
[궁보무사]궁보무사 <2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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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궁보의 적들
옥산의 화난 목소리에 다가왔던 병사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개꼬리 감추듯이 뒤로 물러가버렸다.

“헤헤헤……. 사부님께서 아까 저한테 그러셨죠. 검술 시합을 할 때 손에서 검을 놓치게 되면 그냥 지게 되는 거라고요. 그러고보니 제가 이겼나보네요. 헤헤헤…….”

궁보는 눈치도 없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월곡 사부와 옥산 사부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옥산은 궁보의 은근히 조롱하는 듯 한 말투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러나 지금으로선 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그저 꾹꾹 눌러 참아야 했다.

바로 이때, 저쪽 성루 쪽에서 북소리가 힘차게 둥둥둥 들려왔다.

“아니, 갑자기 웬 북소리야.”

궁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길게 쭉 빼며 중얼거렸다.

“저건 점심식사 시간을 알리는 북소리라네.”

월곡사부가 말했다.

“점심이요? 아유, 마침 잘 됐네. 그러잖아도 제가 지금 무척 배가 고프거든요.”

궁보는 식사 얘기가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커다란 엉덩이를 출렁거리며 기뻐 어쩔줄을 몰라했다. 천진난만스러운 그의 이런 표정과 행동만으로 본다면 궁보는 아직도 영락없는 철부지 같았다.

“궁보! 부용아씨가 아직도 여기를 쳐다보고 있냐?”

월곡 사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궁보에게 다시 물었다.

“글, 글쎄요. 제 눈엔 뜨이지 않는데……. 혹시 담장에 바짝 붙어있나.”

궁보가 고개를 좀 더 길게 빼서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잠시 후, 식사를 담당하는 병사들이 주먹밥과 물통을 지게 위에 한가득 짊어지고 나타났다.

궁보와 이곳에서 수련을 하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가 그들이 건네주는 주먹밥들을 한사람 한사람씩 받아들었다.

물론 궁보는, 그 커다란 체격 덕분에 다른 병사들보다 몇 곱절 이상 더 많은 주먹밥을 받았다.

웬만한 사람 주먹만큼이나 커다란 밥덩어리를 한입에 쏙쏙 집어넣고 우물거리는 궁보를 보고 병사들은 기가막힌지 서로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어허! 그나저나 이거 참 큰일 났소이다. 저 괴물 같이 커다란 애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들 자리가 위태롭겠는데…….”

월곡 사부가 한숨을 푹 푹 내쉬며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었다.

“그러게 말이요. 도대체 저게 사람이요. 키가 어느 정도 크고 힘이 웬만큼 세어야 얘기가 되는 거지, 저런 산더미 같은 걸 우리 같은 사람이 상대를 하려니…….”

아직도 다친 손목 관절이 얼얼하고 아픈지 두 손을 가볍게 툭툭 내리 털며 옥산 사부도 긴 한숨을 연거푸 몰아내 쉬었다.

“부용아씨가 이런 모습들을 지금까지 몰래 쭉 지켜보았다면 틀림없이 성주님께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고할 것이 아니요.”

“그, 그야 물론 당연하겠지요.”

“어허! 그러니 대체 이걸 어찌해야 좋단 말이요. 성주님께서 우리들이 무능하다고 뭔가 생각을 달리 하실는지도 모르니…….”

궁보를 몰래 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부용아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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