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24>
[궁보무사]궁보무사 <2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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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궁보의 적들
아! 아! 대체 이걸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과연 어떻게 해야만 기고만장한 저 놈의 콧대를 팍 꺾어놓을 수가 있을까.

월곡 사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곳에서 병사들의 검술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옥산 사부(師父)가 그에게 다가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월곡! 안되겠소. 내가 직접 나서서 놈을 혼내주어야지.”

“옥산! 정말로 그리 해주겠소.”

월곡 사부는 듣던 중 너무나 반가운 소리인지라 두 눈을 번쩍 크게 떴다.

“그렇소.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내가 저 자에게 한 수 지도해 주고자하오. 그래야 검술이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줄을 몸소 깨닫게 되지.”

옥산 사부는 이렇게 말하며 손에 쥔 목검을 가볍게 휘휘 돌려보았다. 옥산이란 이름을 가진 검술 지도 사부! 그의 뛰어난 검술 실력은 이곳 한벌성 내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근 일대에서조차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한벌 성주의 두터운 신임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아가며 이곳 병사들의 검술을 지도해주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생전 목검(木劒)이라곤 잡아본 적이 없어 보이는 자가 별안간 나타나 자기 수제자를 간단하게 처리해 버리다니…….

이건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모독일뿐더러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고해도 그렇지……. 평생 검술을 익히고 단련한 내 날카로운 솜씨에 제까짓 놈이 당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옥산 사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쥐고 있던 목검에다 불끈 힘을 주었다.

월곡은 크게 기뻤다. 30대 중반 나이의 옥산은 보통 사내들 보다 약간 왜소해 보였지만, 그가 맘먹고 휘두르는 검 앞에서는 날아다니는 조그만 벌이나 파리들조차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이니 목검이라곤 생전 처음으로 잡아본 저 궁보와의 대결 결과는 한밤중에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옥산! 제발 부탁하오. 놈은 지금 안하무인, 자기 두 눈앞에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고 있으니, 이 기회에 놈을 단단히 혼내 주시오.”

월곡은 옥산의 귀에 대고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고는 한층 더 낮은 목소리를 내어 넌지시 또 말하였다.

“이봐, 옥산! 지금 부용아씨께서 이곳을 몰래 훔쳐보고 계시는 중이라네.”

“뭐? 부, 부용 아씨께서?”

월곡의 말에 옥산의 자그마한 두 실눈이 갑자기 옆으로 팍 째어져서 피가 튀어나올 만큼 아주 크게 떠졌다. 그러나 조그만 실눈으로 다시 원상 복구됨과 동시에 초승달처럼 완전히 구부러져가지고 옥산은 몹시 즐거운 듯 이렇게 말하였다.

“흐흐흐……. 그거 마침 잘 되었소이다. 내가 그러잖아도 부용 아씨 앞에서 뭔가 한번 보여드리고자 바라고 있던 터였는데……. 으흐흐흐…….”

입가에 음흉스러운 미소를 한바탕 흘리고 난 옥산은 쥐고 있던 목검을 궁보에게 똑바로 겨누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옥산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목검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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