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21>
[궁보무사]궁보무사 <2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궁보의 무예 수련
“자, 자……. 기본자세는 이렇게 하고 다리 간격은 어깨 넓이 정도로 적당히 벌리고…….”

월곡사부는 목검을 생전 처음으로 잡아 쥔 채 대련 자세를 취하고 있는 궁보의 어색한 품세를 이리저리 고쳐주고 다듬어줘가며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어보았다.

“궁보, 부용아씨가 여전히 이곳을 몰래 쳐다보고 있나?”

월곡의 물음에 궁보는 고개를 쭉 내밀어가지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어, 안 보이는데요. 지금은 없어요.”

“뭐, 없어?”

“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쪽 나무 뒤에 숨어있던 모습이 보였었는데……. 지금은 제 눈에 아무 것도 안 보이네요.”

“뭐? 그, 그럴리가……. 여긴 거의 허허벌판이나 다름이 없는 곳인데 갑자기 가면 어디로 가고 숨으면 또 어디로 숨겠나. 다시 한 번 잘 살펴보게나.”

월곡이 조금 실망스러워하는 빛을 얼굴 위에 띠며 말했다.

“글쎄요. 워낙 몸뚱이가 작으니……. 하지만 형형색색 고운 때때옷(비단옷)을 입고 머리 위에는 반짝거리는 걸 꽂고 있으니 눈에 쉽게 뜨이긴 할 텐데……. 어디로 갔나? 으음……. 아앗, 찾았다. 바로 저기에 있네요.”

궁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쁜 듯이 월곡에게 말했다.

“어, 어디?”

“저어기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큼지막한 바위 뒤쪽이에요.”

궁보가 담장 너머로 머리를 쭉 빼 올리며 말했다.

키가 큰 궁보가 머리를 위로 쳐들어서 겨우 그렇게 보일 정도이니 그보다 훨씬 키가 작은 월곡의 두 눈에 그것이 보여질리 없었다.

“궁보, 부용 아씨가 지금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나.”

“아닌데요.”

“뭐, 그럼.”

“그 자그마한 여자분은 함께 온 키가 큰 두여자 사이에 끼어 살짝 주저앉아 있어요. 치마를 걷어 올리고 지금 뭔가 일을 한참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으음음……. 엉덩이를 저렇게 자주 출썩거리는 걸 보니 혹시, 쉬를 하는 건가.”

궁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어허! 성주 따님 부용아씨를 자그마한 여자라니. 그리고, 쉬를 한다니……. 다 큰 처녀에 대해 그게 무슨 험한 말버릇인가. 아, 참! 부용아씨는 지금 처녀가 아니지…….”

월곡은 무심코 이렇게 말을 해놓고는 자신이 순간 말실수했음을 알아챘는지 한손으로 얼른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이색적 대련을 구경하고자 한두명씩 모이는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