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10>
[궁보무사]궁보무사 <1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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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궁보의 힘
“성주님! 어서 허락해 주십시오.”

호밀 무사는 이렇게 재촉하며 자기 손가락 마디를 뚝뚝 꺾어보였다. 지금 그의 입가에는 음흉스러운 미소가 실실 새어나오고 있는데, 아마도 성주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저 무지랭이 같은 거인(巨人)을 단숨에 제압해 버림으로써 자기 존재를 크게 한번 과시해 보려는 의도인 것만 같았다.

“안됩니다. 성주님! 이 아이는 아직 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과도 같은 상태이옵니다. 그저 힘만 세다 뿐이지 무예가 뭔지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자가 어찌 실전(實戰)으로 다져진 무사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이에게 어느 정도 여유와 시간을 주어 무예 수련을 받게한 연후에 정식으로 겨뤄보게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줄로 아룁니다.”

궁보를 데려가려던 신하 율량이 이렇게 말하며 아주 강력히 반대했다.

“성주님! 하지만 호밀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 하옵니다. 저 아이가 과연 무사로서 대성할만한 싹수 있는 재목인지 아닌지 여부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니겠습니까?”

성주의 옆에 있던 또 다른 신하가 말했다.

“으음……. 좋다. 호밀!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말고 저 아이를 간단히 시험해 보도록 하라.”

마침내 성주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밀은 성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궁보 앞을 떠억 가로 막아 서며 말했다.

“궁보! 내게 덤벼봐라.”

“예에?”

궁보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표정으로 호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나랑 한판 싸워보잔 말이다. 자, 덤벼라.”

호밀이 씨익 웃으며 자기 가슴을 궁보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싫, 싫어요! 난 안 싸워요.”

“싸우는 게 아니라 나랑 힘을 한번 겨뤄보자니까. 자, 먼저 덤벼라. 내가 받아줄 터이니.”

“아무튼 난 싫다고요. 우리 엄마가 남들과 함부로 싸우면 못 쓴다고 그러셨어요.”

궁보는 이렇게 말하며 개가 꼬리를 내리듯 슬그머니 뒤로 돌아섰다.

“어, 어라. 야 이 자식아! 어디로 도망치려고….”

호밀은 뒤돌아서는 궁보의 커다란 엉덩짝을 보기 좋게 앞발차기로 갈겨버렸다.

“아이쿠!”

궁보는 비명을 크게 질렀다.

“이 자식, 한 대 더 맞아봐라.”

호밀은 연이어 발길질을 해댔다.

“아이쿠! 아이쿠!”

궁보는 상을 크게 찡그리다가 이리저리 도망 다녔고, 호밀은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마치 제기차기 놀이를 하듯이 그의 엉덩이를 연거푸 걷어차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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