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5>
궁보무사 <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1.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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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궁둥이 소년
궁보가 우암산을 넘어 한벌읍성 안으로 들어오자 그야말로 생 난리가 났다.

그의 엄청나게 큰 키와 뚱뚱한 몸집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이었다.

“우아!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

“소문대로 크긴 크구나!”

“웬만한 사람 두어명을 그냥 합쳐 놓은 것만 같아!”

“키 작은 사람은 아예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얘기를 나눠야만 할까봐.”

사람들은 궁보를 보며 크게 놀라워했지만, 그러나 궁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렇게 큰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니, 그리고 웬 물건들이 길거리에 저렇게 많이 쌓여있다지.’

깊은 산골에서 오로지 가족들과 밭만 일구며 우직하고 순박하게만 살아왔던 궁보였기에 그의 두 눈에 보이는 거라곤 모조리 충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궁보는 한벌성주 바로 앞에 가서도 모든 것이 그저 얼떨떨하기만 하여 쭈삣쭈삣거리며 그대로 서 있었다.

“이놈! 성주님 앞에서 감히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다니. 당장 몸을 숙이지 못할까.”

어느 누가 큰소리를 질러 궁보를 힐책하였다.

“어허, 아직 촌티를 벗어내지 못한 철부지 같으니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는 말게.”

휘황찬란한 비단옷을 입은 채 높다란 단상 위의 의자에 앉아 있던 한벌 성주는 자기 신하들에게 주의를 주듯 이렇게 이르고 난 다음 궁보를 천천히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얘야! 네 이름이 궁보라고 했지?”

“네, 원래 제 이름은 궁둥이인데 앞으로 그렇게도 부르기로 했어요.”

“하하…, 그래. 그럼, 궁보, 자네는 검술을 할 줄 아는가?”

“검술이요, 그게 뭔데요?”

“칼 가지고 싸우는 기술 말이다. 아 참, 너 혹시 칼은 잡아봤느냐?”

“칼은 어머니가 부엌에서 반찬 만드실 때 쓰는 거라서 저는 많이 잡아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풀 베는 낫이나 나무 찍는 도끼는 많이 잡아봤어요.”

“그럼, 혹시 권법(拳法) 같은 것을 따로 배워본 적은 있느냐? 이 를테면 주먹이나 발을 유효적절하게 쓰는 기술 말이다.”

“몰라요. 저는 그런 거 몰라요.”

궁보는 성주가 묻는 말에 조금도 숨기거나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허어, 그거 참.”

성주는 뭔가 못 마땅한 듯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다가 옆에 있는 신하에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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