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궁둥이 소년.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누나는 나를 항상 업고 다녔지. 누나는 내가 귀엽다며 통통하게 살이 찐 내 두 볼을 손으로 보드랍게 쓰다듬어주거나 입을 맞춰주곤 하였지. 그런 누나가 내 나이 여섯 살 되던 해, 갑자기 시집을 가버렸어. 누나! 누나! 가지마! 제발 가지마! 여기서 나랑 같이 지내! 하면서 울며 보채며 나는 누나를 꼭 붙들었건만 누나는 끝내 나를 뿌리쳐 버리고 낯선 아저씨들을 따라 엉엉 울면서 멀리멀리 가버리고 말았어! 그 후로 난 누나를 통 볼 수 없게 된 거야.
어쩌면 내가 누나를 영영 다시 만나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누가 그러던데…….
만약 내가 한벌읍성 안으로 들어가 있으면 혹시 오송에 사는 누나를 만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
궁둥이 소년은 마침내 찾아온 사람들을 따라 한벌읍성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네 이름이 무엇이냐?”
찾아온 사람들 중 어느 누가 키 큰 궁둥이 소년을 빤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궁둥이요.”
궁둥이 소년이 대답했다.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혹시 달리 부르는 이름자는 없느냐?”
“없어요. 그냥 궁둥이라고만 불러요.”
“어허! 큰일이구나, 성주님 면전에서 궁둥이란 이름자를 감히 꺼내게 할 수도 없고…….”
그는 난감한 듯이 함께 온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그럼 이름자를 새로 지어줘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별안간 이름자를 어떻게 짓는다.” 그들 중 어느 누가 소년의 큼지막한 궁둥이를 이리저리 매만져보다가 갑자기 손뼉을 딱 치며 소리쳤다. “아! 그렇다! 이 아이는 커다란 궁둥이가 보배인 듯싶으니 궁보가 어때, 궁보!”
“궁보. 어, 그거 괜찮네.”
“궁보! 허허……. 그거 썩 좋은 이름이구만.”
모두들 기쁜 듯이 이렇게 외쳤다.
졸지에 ‘궁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궁둥이 소년은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그 사람들을 따라 한벌읍성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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