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
궁보무사 <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1.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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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궁둥이 소년.
그러나 이런 기막힌 사정을 눈치 채지 못한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안간힘을 다 내어 막내의 이름을 ‘궁둥이’라고 지으신 줄로만 알았더란다.

(만약 그때 작은 목침이 아버지의 궁둥이 아래가 아닌, 입에 담기조차 거북살스러운 곳 바로 아래이거나 발가락 위에 놓여 있었더라면 그의 이름자는 또 어찌 되었을까?)

어쨌거나 궁둥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 막내는 홀어머니와 네 형님들 아래에서 귀염을 독차지해가며 비슷한 또래의 조카(형의 아들딸)들이랑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런데, 궁둥이는 나이가 점점 들면 들수록 그리고 뭘 먹으면 먹을수록 눈에 뜨이게 몸집이 불어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주체하기가 힘이 들 정도로 마구 커버리고 말았다.

“궁둥이! 너는 어떻게 된게 아침에 보고 저녁에 보면 키가 더 커지고 뚱뚱해 진 것 같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놀랍다는 듯 이렇게 말하곤 하는 것은 이제 그다지 신기하거나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궁둥이가 열 살이 되었을 때에 그의 키는 육척에 달하였고, 열다섯 살에는 키가 7척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몸집이 어찌나 크고 힘 또한 대단하였던지 그가 사는 낭성골 인근 일대는 물론이고 저 멀리 떨어진 한벌읍성에까지 그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게 나버리고 말았다.

“아 아니, 세상에 뭐 그렇게 큰 사람이 다 있다냐.”

“한마디로 거인(巨人)이지 뭐!”

“거인치고는 몸이 뚱뚱하고 궁둥이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앉을만한 의자가 없다고 하니.”

“물론 뚱뚱하기도 하지만 키도 꽤 크잖아. 자그마치 칠 척(210cm)이 넘는다고 하니.”

“갸(그 아이)가 입는 옷 하나가 보통 사람 서너 명이 잠잘 때 덮는 이불 크기라면서?”

“먹고 마시는 것도 아주 굉장하대. 앉은 자리에서 커다란 밥솥 하나를 말끔히 비워내는가 하면 한말들이 물을 통째로 마신다니까…….”

“우와! 굉장하구만, 그런데 힘은 얼마나 세대?”

“아, 그 집에는 황소가 아예 필요 없다지 않나. 황소가 끌어야할 쟁기를 궁둥이가 대신 끌어버리고, 집채만한 바위덩어리도 단숨에 쑥 뽑아서 옆으로 옮겨놓고…….”

“우아! 대단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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