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
궁보무사 <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1.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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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궁둥이 소년
궁보무사! 칠 척(210cm)이 넘는 키에다 황소 한마리를 두손으로 덥석 잡아 머리 위로 가뿐히 들어올릴 수 있다는 엄청난 괴력을 가진 사나이!

웬만한 의자 위에 털썩 앉았다가는 의자 다리 네 개가 모조리 으스러져 버리고, 웬만한 말 위에 올라탔다가는 말이 그대로 폭삭 주저앉아 다칠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몸무게를 자랑하는 사나이!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여리고 여리다 못해 귀염성마저 띠우고 있는 앳된 소년의 모습이었으니…….

궁보무사! 그의 본래 이름은 ‘궁둥이’였다.

한반도 내륙(內陸) 깊숙이 자리잡은 한벌읍성에서 멀리 떨어진 낭성골의 가난한 집 막둥이로 태어난 그가 ‘궁둥이’라는 이런 희한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묘한 연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흔이 넘은 어머니가 그를 낳자마자 그의 아버지는 별안간 무슨 병에 걸렸는지 시름시름 앓아눕게 되었는데, 결국 그가 백일 잔치상을 받아먹기도 전에 그의 아버지는 유언을 남겨놔야만할 막바지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그때 어머니는 엉엉소리 내어 울면서, 기왕에 멀리 가실 거라면 사랑하는 막둥이 이름이라도 지어놓고 가세요 하고 부탁을 하였단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웬일인지 숨을 바쁘게 헐떡거리며, “궁둥이…… 궁둥이……”를 연이어 부르다가 결국 운명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 궁둥이 아래에는 뾰족한 목침 한개가 얄밉게 괴어 받쳐져 있었더란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의 맏형 내외가 물통을 들고 방안에 들어가서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는 아버지 몸을 평소처럼 이리저리 돌려가며 깨끗이 씻겨드렸는데, 그만 실수로 작은 목침 한개가 아버지 엉덩이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거라나.

그러니 그때 그의 아버지는, 자기 막내아들 이름자를 짓는 것보다도 우선 당장 자기 궁둥이를 아프게 콕콕 찌르고 있는 작은 목침을 빼내는 것이 시급했기에 숨을 헐떡거려가며 “궁둥이, 궁둥이.”를 연달아 외쳐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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