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에 묻혀 붓끝에 혼을 담다
초야에 묻혀 붓끝에 혼을 담다
  • 심영선 기자
  • 승인 2011.10.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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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김웅수씨
하늘 아래 첫 동네 모습을 띠는 전형적 시골마을에서 불교경전을 벗삼아 금강경 글자(한문) 하나하나에 혼을 쏟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촌로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첫인상과는 달리 그의 눈빛은 사뭇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주인공은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상관평)에서 불교용품인 탱화와 금강경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김웅수씨(64·호는 동암·사진).

30대 초반인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직인을 3번 공정을 거쳐 조각해 전달한 후 각 부처 장관들의 직인도 조각했다는 그의 작품성은 이 분야에선 단연 독보적 존재라는 찬사를 받는다.

"젊은 시절 한때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만 이젠 초야에 묻혀 사는 삶이 한결 편하다"는 그는 제주도 추자도를 거쳐 4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그는 이곳 작업장에서 탱화를 그리고 금강경을 오체자휘(五體字彙)에서 따온 초서체 한문으로 완성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붓으로 뿌려지는 탱화 그림은 국내 1인자로 꼽힐 만큼 상상을 초월하고 가히 감탄적이다.

탱화 그림 속엔 그의 겉모습과 달리 눈빛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3세 때 탱화 그림 그리기에 입문했지만 1년 후 스승님이 작고하면서 홀로 서기에 나섰고 현재에 와 있다"는 그는 "지금은 사찰에서 주문하는 탱화나 금강경을 제작해 주고 있다"며 초야에 묻혀 사는 일상을 공개했다.

순금(24K)을 직접 녹이며 붓 끝에 찍고 혼을 담아 쓴 금강경(金剛經) 5182자(낙관을 사용할 경우 5199자)를 10폭에 달하는 병풍으로 완성하는 그의 필체는 달필 중 달필이다.

"금강경은 석가모니가 제자인 수보리와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32장으로 구분해 완성한 것"이라는 김씨는 "초서체로 써야 하기 때문에 몸의 신체리듬을 조절해야 장문을 완성할 수 있다"는 비법을 소개했다.

"글(자신이 쓰는 한문)처럼 무정한 게 없고 단 며칠 만 읽지 않아도 머릿속이 휑하니 비어지는 것을 느낀다"는 그는 "끊임없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흔들림이 없이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금강경에 쓰이는 글자마다 중국의 명필가로 불리는 왕희지, 황돈주, 장우, 서실 등의 필체로 장문을 완성한다.

이 때문에 그가 쓴 금강경은 서체가 겹치지 않는 게 특징이고,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글자마다 필법이 다르기 때문에 비법(마음을 비우라는 뜻)을 터득하지 못하면 편봉(붓글씨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그는 "한 일 자를 한자로 쓸 때도 필법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가 완성해 온 탱화그림과 금강경의 필법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달필이고 명필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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